문화n라이프
날 것 그대로의 시골 생활기
만화가 김충희의 '시골이 좋다고? 개뿔!'
채해원 기자 seawon@ihalla.com
입력 : 2015. 06.05. 00:00:00
평범한 가족의 평범하지 않은 제주 일상


수많은 책들이 뛰어난 디자인과 멋진 제목으로 독자들을 유혹한다. 그럴싸한 제목으로 유혹하고는 반전내용으로 독자들의 뒤동수를 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골이 좋다고? 개뿔!'은 다르다. 제목에 충실하다. 그것도 매우.

삼류만화가 '벨레기덩'은 "자연인이 되겠다!"는 꿈을 이뤘다. 그럼에도 그가 도통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예상과 다른 시골생활 때문이다. 이 책에서 고즈넉한 전원생활, 평화로운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주인공과 그 가족들은 수시로 집안에 들어오는 뱀 때문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고, 산짐승 소리에 밤마다 잠을 이루기도 어렵다. 조용히 살고 싶지만 이웃들은 밤낮없이 두 손을 무겁게 하고 찾아온다. 오죽하면 이제 시골에는 토박이보다 뜨네기들이 더 붐빈다며 도시에 살던 뜨내기들이 시골에 도시를 만드려고 한다며 불평할까. 어쩌면 도시보다 불편하고 까다로운 일상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시골의 실상을 날 것 그대로 담았기 때문이다. 시골에 대한 맹목적인 예찬과 순진한 환상을 걷어내고 삶은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만만치 않음을 말한다.

'벨레기덩'은 밭 100평에 한 말의 보리를 심어 두 되를 거둔다. 만만치 않은 하루지만 그의 일상은 유쾌하기만 하다. 엉뚱하지만 확고한 신념 덕분이다. 그의 확고함은 우리와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그의 하루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어쩌면 더 찌질함이 묻어나는 하루다.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찌질해지는 그의 모습은 유쾌하고 생각할 거리마저 던진다.

제주도민이라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제주어로 소개됐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을 느낄 만하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작가인 김충희(48)씨는 본래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서 살다가 다시 제주로 돌아왔다. 그 덕분인지 등장인물들의 특색이 제주어로 잘 표현됐다. 더욱이 제주로 들어온 '뜨네기'와 원래부터 제주에 살던 '토박이'들의 이야기는 지금 제주에 살고 있는 누구라도 공감할 만 하다.

'벨레기덩'과 그 가족의 일상은 사는 곳이 어디서든 삶은 어렵고 힘들다고 말한다. 사람과 어울려 사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그래서 작가는 "내가 사는 곳이 어디든 중요한 것은 나를 아는 것"이라고 외치는 모양이다.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삶 속에 행복이 깃든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준다. 매일 깨지고 넘어지며 '여기'가 아닌 '저기'를 꿈꾸는 우리에게 이 책은 일상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낮은산.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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