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제주섬 구석구석 동네를 스케치하다
배중열의 '제주담다, 제주닮다'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입력 : 2015. 07.10. 00:00:00
팍팍한 도시에서 일러스트 작업을 하던 배중열(34). 그가 다섯번의 여행으로 제주를 돌아보고 한껏 여유로운 삶을 살면서 '그리고 싶은' 그림을 위해 지난 2012년 제주에 내려왔다. 그는 제주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며 제주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숲이 변하는 모습을 눈으로 그림으로 사진으로 담았다. 서울에서 그림을 그리며 일을 해왔던 9년동안 풍경이나 배경은 거의 없는 그림을 그렸지만 지금 그의 그림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만큼 그리고 싶은 풍경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복잡한 서울생활을 뒤로 하고 제주로 내려온 일러스트레이터가 목적없이 발길 닿는 대로 술렁술렁 걸었던 제주의 작은 동네들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특유의 그림체로 담아내고 있다.

1장은 작가가 처음 작업실을 만든 신촌리에서부터 제주를 동쪽으로 한 바퀴 돌아 제주의 동네 구석구석을 직접 걸으며 느꼈던 동네마다의 서로 다른 느낌을, 2장은 자신이 찾은 제주의 특별한 장소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3장은 제주와 닮아가며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4·5장은 제주를 담은 사진과 그림으로 제주에 내려와서 더욱 풍성해진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신촌리·한동리·봉소동·선흘리·하도리·송당리·삼달리·하신상로길·위미리 동네를 돌면서 그린 작품과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는 스케치를 시작하면서 제주의 소소한 일상과 동네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정보없이 동네를 걷다보니 의외의 풍경을 만나 감탄하기도 했고 우연히 본 카페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갖는 것도 좋았다. 중산간, 동쪽, 서쪽, 해안가 등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었다. 제주는 바다말고는 볼 게 없다고 생각했던 작가에게 제주의 동네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책을 들여다보면 문득 아는 사람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마을·장터·숲·집 뿐 아니라 섬에서 살아가는 친숙한 제주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작가의 드로잉북에 담겼음을 알게 될테니까.

저자는 올해로 제주살이 4년차를 맞고 있다. 길도 잘 모르다보니 많은 마을을 돌아 다녔지만 마음이 가는 마을을 스케치로 남겼다. 처음 찾았던 마을의 작은 가게가 얼마되지 않아 편의점으로 바뀐 곳도 있는데 아쉽다는 마음을 전했다. 재승출판.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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