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제주맘 소구리네 좌충우돌 영재교육
● 이진주의 '특별한 아이에서 행복한 아이로'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입력 : 2015. 08.14. 00:00:00
온 가족이 함께 제주로 왔던 한 지인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서귀포 아이들은 왜 이렇게 공부를 하지 않아?" 그리고 얼마 없어 그 지인은 '꼬리'를 내렸다. "제주에서는 이토록 하고싶은 게,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공부를 어떻게 하겠니? 내가 여기 살았다고 해도 공부만 하는 것보다 감성을 키우겠어."

이른바 제주로 '교육이민'을 온 이진주(37)씨의 책 '특별한 아이에서 행복한 아이로'를 보면서 얼마전 지인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제주로 온 이들이 다 만족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행복을 얻은 이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반갑기 때문이다.

'제주맘 소구리네 좌충우돌 영재교육 이야기'부제가 붙은 이 책은 영재의 전인교육을 고민하는 부모를 위한 책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영재였던 엄마로, 아들이 상위 0.1%에 속하는 고도영재아로 판명난 이후 부모로서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를 고민한 끝에 제주로 교육이주를 결정했다. 아이에게 행복한 유년을 선물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 단단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이는 선행학습 경쟁이 치열한 서울의 교육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많은 영재아가 선행학습의 사이클에 휘말려 유년을 잃어버린다. 왕년에 '영재'로서의 삶을 살았던 저자가 겪은 일이기도 하고, 지금의 많은 영재들이 떠안는 고충이기도 하다.

1990년대 강남키드이자, 21세기의 대치동 교육 현실을 오롯이 겪은 저자는 30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변하지 않은 한국식 영재교육의 허점을 드러낸다. '영재'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하나의 스펙으로 여겨지는 현실과 선행학습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경계하는가 하면, 이로부터 벗어나 정착한 제주의 교육환경 및 제주국제학교의 다양한 면면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이 책은 영재교육을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아이의 인성까지 고려한 전인교육에 대한 생각으로 이끌어준다. 하지만 저자도 제주에서의 삶이, 이 학교에서의 교육이 모든 이에게 들어맞는 정답이고 완전한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그럴리도 없다는 것을 안다. 다만 저자는 큰 아들 '소구리'답게 자랄수 있도록 내버려두기 위해서는 육지와의 결별이, 다음 대목이 빤한 영재코스에서의 탈출이 필요하다고 봤다. 다행히 '소구리'에게는 이것이 맞는 방향이었다. 둘재 아들 '요구리'에게는 어떨지 지켜봐야 한다. '소구리'와 똑같은 속도로 '요구리'에게 걷도록 요구할 수도 없다.

미리 파악했던 그의 이력 때문이었을까. '보이지 않는 색안경'을 낀채 그를 만나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그는 '눈물많은 제주엄마'였다. "아이는 차라리 지금 실수하고, 지금 주저앉고, 지금 놀라고, 지금 절망하는 것이 앞으로의 긴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어요." 참으로 동질감이 느껴지는 말이다. 알에이치코리아.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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