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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곧자왈
[제주 곶자왈의 재발견, 세계인의 보물로](8)곶자왈의 숲과 식생변화(하)
'식물의 천국' 곶자왈 생물종 다양성 가치 알아야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15. 08.19. 00:00:00

제주고사리삼 자생지와 겨울 포자 주머니가 생긴 제주고사리삼. 자생지에 물이 고여 있다. 사진=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제공

남방·북방계 식물 공존하는 생태계의 보고
제주도 식물의 50% 분포… 희귀식물 곳곳
제주고사리삼은 각종 개발로 자생지 위협

제주섬을 가득 채운 검은색 현무암은 제주를 대표하는 모습 중 하나다. 돌투성이 화산섬을 생각하면 척박함이 먼저 떠오를 수 있으나 곶자왈은 오히려 이런 돌덩어리 덕분에 다양한 생명이 자랄 수 있는 생태계의 보고가 됐다.

크고 작은 용암 덩어리로 형성된 곶자왈의 지형은 비가 잘 스며드는 지형으로 빗물을 잘 간직한다. 특히 용암활동으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동굴들은 지하수를 가두는 저수지 역활을해 그 틈마다 이끼, 고사리 등 다양한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또한 풍부한 지하수와 땅에서 내뿜는 지열로 인해 곶자왈의 습도와 온도 변화는 다른 곳에 비해 크지 않다. 무더위에 곶자왈 속으로 들어가면 에어컨 바람처럼 시원함을 느끼고, 추운 겨울에는 오히려 훈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시원한 여름과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는 곶자왈은 남방계와 북방계 식물이 한 곳에서 자랄 수 있는 식물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곶자왈 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은 900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는 제주도 전체 식물의 약 50%나 되는 수치다. 곶자왈 면적이 제주도 전체면적의 약 6%에 불과한 것으로 볼때 곶자왈이 갖고 있는 생물종 다양성의 가치는 매우 높다.

'식물의 천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곶자왈에는 다양한 희귀식물이 자라고 있다. 주요 희귀식물은 제주고사리삼, 개가시나무, 대흥란, 순채 등 10여종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곶자왈의 희귀식물 분포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다.

대흥란 군락, 잎이 없는 부생식물로서 화려한 꽃이 만개했다. 사진=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제공

▶제주고사리삼

제주고사리삼은 지난 2001년에 처음 보고된 신종 식물로 전세계적으로 1속에 1종만 포함된다. 전세계에서 유사종이 없고 제주도의 곶자왈 지역에서만 자라고 있다는 뜻이다. 제주 동북부 지역 조천읍과 구좌읍의 함몰구 등에 분포돼 있는 제주고사리삼의 자생지는 빗물이 바로 빠지지 않고 약 3일에서 7일 정도 고여 있는 지형으로 평소에는 습지와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비가 많이 와서 물이 고여 있고 다른 식물에 의해 잘 관찰이 되지 않지만 겨울철에는 다른 식물이 낙엽 지고, 제주고사리삼이 포자가 발달하기 때문에 쉽게 관찰이 된다. 특히 주변 목장 지역에서 소나 말이 물을 먹기 위해 자생지로 들어오면서 뿌리나 포자가 다리에 붙어 주변 습지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제주고사리삼 자생지는 최근 강수량 감소, 대규모 택지개발, 도로 개설 등으로 인해 점점 자랄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가시나무의 수피와 열매, 줄기의 껍질은 성장할수록 떨어져 지저분해 보이며, 여러 개의 줄기가 모여서 자라고 있다. 사진=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제공

▶개가시나무

참나무과 식물을 나눠보면 졸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낙엽성 종류와 종가시나무, 붉가시나무, 참가시나무, 개가시나무 등의 상록성 종류로 분류된다. 낙엽성 참나무과 식물은 한라산국립공원과 다른 지방의 산지에서 흔하게 자라며, 상록성 참나무류는 제주도를 포함해 남해안의 아열대 지역의 숲을 구성하는 주요 종이다.

개가시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제주 곶자왈 지역에만 자라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관찰된다. 서귀포시 상효동과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주변에 약 10개체가 파악되고 있으며 최근에 서남부 지역의 한경면, 대정읍의 곶자왈 지역에도 개체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된 개가시나무의 평균 높이는 9m에서 12m, 둘레는 22.6㎝로 나타났다. 옛날 땔감용과 목장지대로 활용되면서 여러 차례 벌목됐다. 이로 인해 개가시나무도 여러 개의 줄기가 자라는 형태인 맹아지가 발달했으며 평균 3.8개의 줄기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개가시나무의 43.3%가 마삭줄, 송악 등 덩굴식물이 부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문에 달라 붙은 덩굴들이 나무의 생장을 저해하거나 태풍 등 강한 바람에 의해 손상될 가능성을 높이면서 개가시나무의 생육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흥란

난과식물은 전세계적으로 6만여종이 있으며, 지구상의 식물 가운데 가장 많이 진화된 식물군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100여종의 난과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제주지역에만 70여종의 난과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대흥란은 한란과 보춘화에 비해 뿌리와 녹색의 잎이 없는 부생식물(분해 중인 생물체 유기물에 의존해 생육하는 식물)로 전라남도의 두륜산 대흥사 부근에서 처음 발견돼 이름이 붙여졌다. 대흥란은 부식질이 많은 숲속의 낙엽이 많이 쌓인 곳에 자라며 꽃은 7월과 8월쯤 핀다.

최근에는 해안가 모래땅에서 자라는 것이 확인돼 학계의 관심을 끌었으며 전남 지역과 함께 제주지역에서도 자생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환경부는 멸종위기야생식물 2등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순채가 가득 차 있는 연못. 물위로 붉은색의 꽃이 올라온다. 사진=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제공

▶순채

순채는 연못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길게 자라 50∼100cm나 되고 잎은 수면에 뜬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이며, 뒷면은 자줏빛이 돌고 중앙에 잎자루가 달린다. 열매는 달걀모양으로 점질로 쌓인 부분은 식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와 제주도에 자라고 있으며 제주지역은 동부지역 조천읍과 구좌읍의 곶자왈 습지에서 관찰된다. 특히 빌레용암에 의해 물이 고여 있는 습지와 목장에서 소나 말을 방목하면서 식수로 이용되던 연못(물통)에서 흔하게 발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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