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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숲을 복지자원으로]
(1)이제는 산림복지의 시대
휴양·교육·문화·치유의 공간… 서귀포 명품 숲 뜬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5. 09.11. 00:00:00
휴양림· 숲길 등 도내 산림휴양 이용객 해마다 증가
풍부한 산림 인프라 활용 다양한 서비스 창출 고민을
숲을 찾는 인구가 해마다 늘고 있다. 숲이라는 '건강 자산'은 과거 단순한 목재 제공의 기능에서 벗어나 이제 휴양, 교육, 문화, 치유 등의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제주 숲을 복지자원으로'라는 이름으로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지역의 산림복지 현황과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찾아보겠다.



시내엔 햇살이 비쳤지만 숲 속에는 가느다란 빗줄기가 간간이 뿌렸다. 평일이지만 숲길 주차장은 렌터카 등으로 이미 가득 채워졌고 숲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은 끝없이 이어졌다.

'제주 사려니숲 에코힐링' 등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 된 사려니숲길. 숲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슬리퍼를 신은 여행객부터 등산복 차림의 탐방객까지 넉넉히 안아줬다. 연보랏빛 산수국에 발길을 멈추는 가족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숲 여기저기서 기념촬영을 하는 커플, 못다한 이야기를 비로소 풀어내듯 쉴새없이 대화를 나누며 나무숲을 지나치는 젊은이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시간에도 쉼없이 생명력을 뿜어냈던 숲은 그렇게 사연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탄생기부터 노년기까지 숲과 사람 공존=숲은 태어나서 숨을 거둘 때까지 인간과 함께하는 공간이다. 숲을 활용한 프로그램이 지역마다 차이를 보이겠지만 탄생기에는 아기 탄생목 심기, 태교의 숲처럼 출산 활동을 지원한다. 유아기에는 숲속 유치원을 통해 창조력과 상상력을 기르고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 아동·청소년기에는 숲속 수련장에 들어선 청소년 수련시설 등을 찾아 숲과 만나며 긍정적 기운을 북돋고 부정적 정서를 낮추는 혜택을 얻는다.

청년기는 레저와 문화활동을 통해 숲을 체험하는 시기다. 중·장년기는 자연휴양림 등에서 휴양과 치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숲을 이용한 건강증진 활동은 지역주민의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노년기에는 요양기회를 주고 생이 다하는 시기엔 수목장과 같은 자연친화적 장묘 서비스를 지원해줄 수 있는 곳도 숲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집계한 산림휴양 이용객 현황을 보면 최근 3년동안 숲으로 걸음을 내딛는 제주도민과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다. 생태숲의 경우 2012년 11만5000명이던 이용객은 2014년 20만3154명으로 갑절 가량 증가했다. 사려니숲길은 2012년 36만2059명에서 2013년 46만4945명, 2014년 51만6133명으로 이용객이 해마다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한라산 둘레길 역시 2012년 3만1030명에서 2014년에는 9만4606명으로 2년새 3배 넘게 뛰었다.

소득이나 여가시간이 늘면서 숲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고 그 목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등산이나 자연휴양림 이용만이 아니라 산림치유, 산림교육, 트레킹처럼 숲에서 새로운 형태의 활동을 원한다. 이는 산림을 기반으로 휴양, 치유, 교육 등의 서비스를 창출해 제공함으로써 복리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정서적 지원 활동이 늘고 있다는 말이다. 달리 말해 '산림복지' 수요가 확장되고 있다.



숲이라는 '건강 자산'은 과거 단순한 목재 제공의 기능에서 벗어나 이제는 휴양, 교육, 문화, 치유 등의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소득이나 여가시간이 늘면서 숲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고 그 목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은 사려니숲을 걷고 있는 다양한 연령층들. 강경민기자

▶산림복지 진흥 법률 등 제도적 기반 갖춰=산림청은 숲을 통해 국민행복과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며 2013년 7월 '산림복지종합계획'을 내놓았다. 산림휴양, 교육, 치유 등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각종 산림 복지 관련 정책의 통합적 비전을 설정하고 세대·계층별 맞춤형 산림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수립됐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추진되는 산림복지종합계획에는 산림복지 인프라 확충, 산림복지 사각지대 해소로 전 생애 평생 사회안전망 구축, 산림복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 등 전략별 추진과제가 담겼다. 이를 통해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을 7.95㎡에서 8.6㎡로 확대하고 생애주기별 산림복지 인프라를 850개소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국민 1인당 산림복지 수혜일은 연간 4일에서 8일로, 산림복지 전문인력은 1만5000명까지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산림복지종합계획' 이전에 이미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 등이 만들어졌다. 올해는 '산림복지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제도적 기반이 갖춰져 있지만 지역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산림복지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과제가 놓여있다. 일반인 대상 산림교육·치유 프로그램에 비해 취약계층·다문화가정 프로그램은 빈약한 편이다. 연령별, 계층별, 건강상태별로 수요자의 개인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 공급에도 한계가 있다.



▶보배로운 숲 자원 보유한 산림관광 중심지=서귀포시는 산림복지를 위한 토대를 충실히 다져나가고 있는 곳이다. 제주섬 어디에 비해 산림복지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눈부신 숲 자원을 품고 있는 덕이겠다.

한라산 둘레길에는 돌오름길, 동백길, 수악길, 사려니숲길을 뒀다. 제주곶자왈도립공원, 대정읍 무릉곶자왈, 안덕면 화순곶자왈 같은 곶자왈 숲길도 분포됐다. 몸과 마음을 편히 뉘일 수 있는 서귀포자연휴양림, 붉은오름자연휴양림 등 자연휴양림도 2곳이다.

마을 숲길도 빼놓을 수 없다. 남원읍 수망리 물보라길, 신흥리 이승악 생태탐방로, 한남리 머체왓숲길, 표선면 가시리 갑마장길, 성산읍 수산2리 풍력생태길, 안덕면 서광이 비치는 숲길, 대륜동 호근산책로, 서홍동 추억의 숲길, 석주명 나비길 등 곳곳에 숲길이 반긴다.

이는 서귀포를 산림관광의 중심지로 부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 등을 수상하며 내외국인이 늘고 있고 그만큼 산림휴양 관광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산림복지 인프라를 폭넓게 보유한 서귀포시는 그에 맞춤한 도시다.

서귀포시는 내년에 '치유의 숲'을 개장한다. 호근동 시오름 일대 산림청 소관 국유림 170여㏊에 조성되는 치유의 숲은 힐링센터, 명상숲길, 체험공간 등을 갖춘다. 산림휴양형 치유의 숲은 체험 관광객을 유치하고 숲의 가치를 새롭게 보듬어나갈 시설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현재 서귀포시는 명품 숲을 활용해 유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숲에서 인성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중장년층을 위한 산림휴양 프로그램도 차츰 확대해왔다. 이와 연계해 산림복지 관련 지역 인력 양성 방안과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산림복지의 방향을 그리는 일에 머리를 맞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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