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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쉬는 도시, 역사·문화유산으로 길을 찾다]
(6)대전·대구·공주
도심 바꾸는 '예술가'·도시 살리는 '골목'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입력 : 2015. 09.16. 00:00:00

대전 옛 도심 내 버려진 모텔주차장을 바꿔 탄생한 문화공간 '파킹(Parking)'. 사진=이현숙 기자

옛 충남도청엔 근현대전시관·시민대학·도시재생지원단 등 입주
쓸모 없어진 모텔 주차장은 예술가의 실험적 문화공간으로 인기

앞서 살펴본 이탈리아·오스트리아 도시들은 오래된 역사문화유산을 활용해 도시재생을 이뤄낸 곳들이었다. 이들 도시들은 낡고 사소한 것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애정을 쏟고 있었다. 그것이 곧 성공을 일궈내고 있는 셈이다. 국내 도시들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세계 속 도시 재생을 꿈꾸고 있다.

▶근대문화유산을 도심의 보물창고로=2013년 12월 개봉돼 1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변호인'의 역사적 공간은 부산이지만 촬영지는 대전에 있는 충남도청 구청사 본관(등록문화재 18호)이다. 법정으로 나온 곳도 바로 옛 충남도청 건물이다. 이 때문인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다양한 역사적인 이야기를 간직한 매력적인 공간이다.

옛 충남도청에 마련된 근현대사 전시관.

한때 근대문화유산은 일제강점기 당시 수탈의 목적으로 건립됐다는 이유로 철거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부터 건축된 지 50년 이상된 건축물을 등록 관리하는 등록문화재법이 시행되면서 그나마 근대문화유산은 보존의 길을 걷고 있다. 대전시는 근대문화유산을 도심재생의 보물 창고로 삼고 있다. 2013년 충남도청이 홍성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뒤 텅빈 공간으로 남겨진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시민들의 평생교육기관으로 시민강좌가 운영되고 있고, 대전 도시재생지원단이 터를 잡고 본격적인 도시 재생업무를 시작했다. 대전발전연구원, 청년일자리센터 등도 둥지를 옮겨왔다.

건물 1층에 자리잡은 것은 대전 근현대사 전시관이다. 전국에서 지역 근현대사 콘텐츠로 전시관까지 낸 유일한 사례이다. 옛 도지사 집무실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한쪽에서는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체계적인 전시관 구축이 가능한 것은 다양한 역사 유산들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 이를 활용한 콘텐츠 작업이 무궁무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04년 대전역이 생기면서 발전하기 시작한 대전에는 등록 문화재를 비롯 20여 개의 근현대문화유산이 잘 보존돼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석신 작가, 권상구 이사

이희준 대전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난 3년간 고민과 논의를 거듭한 끝에 대전 근현대 전시관이 만들어졌다. 대전시는 앞으로도 근대문화유산을 활용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막무가내식의 발전이나 개발이 아닌 근대문화유산을 잘 보존해 그를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의 주요 축"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의 옛 도심을 상징하는 중구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에는 이색적인 문화공간이 적지 않다. 예술가를 통해 옛도심 활성화의 또 다른 희망을 보고 있는 셈이다.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에는 미술 음악 연극 마임 등을 하는 80여 곳의 창작 공간이 생겨났다. 그중 관심을 끈 곳은 버려진 모텔주차장을 문화공간으로 만든 '파킹(Parking)'이다. 지난 2013년 4월부터 이곳을 운영하는 박석신(한국화가)대표는 "문 닫은 여관 주차장을 보면서 이젠 자동차 대신 사람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대구 골목길의 재발견으로 변화된 도시이야기="여기가 3대째 약을 파는 곳이야." 국내 골목문화답사의 역사를 써온 권상구(사)시간과공간연구소 이사는 한 선배로부터 이같을 말을 듣고 '골목사람들의 생태계'를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 그는 친구들과 함께 100일 동안 골목을 돌고 지도 한 장을 그렸다. 이후 그 지도는 점차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게 된다. 기간을 정해놓고 틀에 맞춰 만들어낸 지도가 아니었다. 생생한 삶의 기억이 기록됐다. 그 후 청년들은 지도를 들고 골목길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골목투어'의 시작이다.

'날 것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환호하고 점차 지역사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14년간 스토리텔링을 통해 도시재생을 해오고 있다. 그의 골목길 지도만들기는 결국 도시의 사람들을 변화시켰고 도시의 그림을 바꾸게 됐다. 그는 여전히 '장소의 재발견'에 주목한다. 그는 "반경 500미터 내에 있는 시간과 공간의 켜를 잘 아는 사람들이 많아야 도시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는 또 "지자체가 시민들의 기억이 녹아든 장소를 매입하는 등 도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로 주목받고 있는 공산성 전경.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로 부활 꿈꾸는 공주=취재를 위해 찾았던 공주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등재로 기대감이 컸다. 세계문화유산등재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무령왕릉 등재를 목표로 시작한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21년이라는 세월 끝에 이뤄졌다.

공산성과 무령왕릉이라는 백제문화의 정수와 완전성을 위해 공주와 부여, 익산의 3개 도시가 '백제역사유적지구 통합관리사업단'이라는 전담 단일 기구를 만들었다.

그 결과 공주는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 부여는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 능산리고분군, 정림사지, 부여나성, 익산은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 8개소가 동시 '백제역사지구'로 등재됐다.

공주시 명규식 부시장은 "한중일 동아시아 역사의 퍼레이드 중에서 백제는 그 핵심이다. 유네스코가 원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 완전성 등을 위해 3개 시군이 힘을 합지고 전문가와 분야별 공무원, 그리고 지역주민의 합의와 동참을 이끌어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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