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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칼럼]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학 사례를 살펴보자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5. 09.22. 00:00:00
올해 1월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원대학(OIST)을 방문한 적이 있다. 멀리 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산자락에 들어선 캠퍼스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자연 친화적 이미지에 현대적 기능을 갖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작지 않은 규모지만 건물마다 실내 통로로 잘 연결되어 있었다. 대학 캠퍼스 보다는 대형 리조트 단지에 들어선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OIST 대학 건물에 들어가 안내를 받으며 둘러본 감회는 내가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충격적이었다. OIST는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연구대학이라는 목표를 갖고 2011년 출범하였다. 이 대학은 학부 학생은 없고 교수와 대학원생 그리고 박사급 연구원만 모여 있는 대학원대학이다. OIST는 특화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인재와 최첨단 연구 장비가 모여 있는 곳이었다.

이 대학은 교수와 학생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2014년 기준 81명 대학원 학생 중에 외국인이 65명이다. 교수는 50명 중에 외국인이 34명이다. 총장은 세계적 물리학자인 스탠퍼드대 조나단 도판교수를 영입하였다. 당연히 모든 수업과 학술활동은 영어로만 진행된다. 학교 설립과 운영에 관한 예산은 특별법에 따라 일정 기간 일본정부가 대부분 지원한다.

잘 아다시피는 오키나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제주도와 비교되는 곳이다. 오키나와 현 전체 면적은 제주도보다 크지만 현청이 있는 본섬은 제주도보다 작다. 인구는 제주의 2배 정도 된다고 한다. 오키나와는 류큐 제국에 근거한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으며 일본 최고의 관광지이다. 그러나 오키나와가 역사적으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하여 특별히 주목을 받은 적은 없다. 어쩌면 OIST 설립과 운영이 유일한 예일 수도 있다.

오키나와의 OIST는 일본 정부의 특별 배려 차원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것이다. 오키나와에 세계적 과학기술대학 설립이 제안된 것은 2001년의 일이다. 시작은 반신반의하면서 출발되었지만 그 동안 착실한 준비과정을 거쳐 10년 만에 결실을 보았다. 앞으로 오키나와는 OIST 때문에 더욱 유명한 지역이 될 지도 모른다. 이 대학이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성장 한다면 우수한 인재 유입은 물론이려니와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다. 미국 보스톤이 하바드대학이나 MIT 명성으로 인하여 교육과 관광 도시로 우뚝 서 있음은 잘 알고 있다.

나는 제주도가 오키나와의 OIST 설립 사례를 잘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도에 세계적 학술기관 설립이 지금 시점에서는 무모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방향을 잘 설정하여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여 국가를 설득해보면 어떨까?

제주로 향하는 인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제주를 희망하는 인구 중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지금 운영되는 영어교육도시의 완성이 세계적 대학원대학의 설립일 수도 있다. 이 사업을 10년 혹은 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접근해 보았으면 좋겠다.

현재 제주도는 신공항과 신항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 섬의 하늘과 바다가 더욱 활짝 열린다는 면에서 당연히 바람직한 일이다. 이 사업도 앞으로 5년이나 10년이 걸릴 일이다. 앞으로는 시설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인재 인프라 구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오키나와의 OIST를 벤치마킹해 보자. <이남호 제주대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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