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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성화고에서 다양한 길을 찾다 (3)헤어스케치 양민주씨
"공부 틀 벗어나니 다양한 경험 배워"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입력 : 2015. 10.14. 00:00:00

한국뷰티고등학교 학생들이 미용실습을 하는 모습. 강경민기자

"특성화고라는 곳을 갔기 때문에 제가 고등학교 3년동안 공부라는 것만 하지 않고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다양한 곳을 가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공부'에만 틀어박히지 않고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었고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들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올해 2월 한국뷰티고등학교를 졸업한 양민주(19·제주시 한림읍)씨는 '고등학교 3년'을 이렇게 정의했다. 다시 중학교로 돌아간다고 해도 '뷰티고'를 선택했을 것이라는 양씨는 자신이 '한국뷰티고' 졸업생이라는데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

양씨는 제주시 연동의 헤어스케치 본점 스텝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10월부터 이 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금 그녀의 가장 큰 목표는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 빨리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을 선택한 것도 오롯이 그 꿈을 이루기 위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 경험이 중요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3학생들이 대학으로 진학하는 현실속에서 그녀가 '고졸' 타이틀을 선택하는데 후회는 없었을까.

올해 2월 한국뷰티고 졸업
'헤어스케치' 취업은 작년에
"다시 중학교로 되돌아가도
뷰티고 선택" 자긍심 고취


양씨는 "'고졸'이라는 데 스스로 위축된 적이 한 번 있었는데 수능날이었다"며 "친구들은 수능 보러 가는데 저는 일을 하고 있었을 때 뭔가 마음이 슬펐던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주변에서 쏟아지는 "대학까지는 나와야되지 않느냐"는 말은 점점 스트레스가 되어 쌓여갔다. '고졸'타이틀의 한계와 편견속에서 지쳐갈 무렵 그녀를 잡아준 것은 부모님이었다.

특성화고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양민주씨.

양씨는 "남들보다 빨리 사회라는 곳에 뛰어들었지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이 분야에서는 그게(일찍 일하는 것이) 훨씬 많은 도움이 될거라고 부모님이 항상 말씀해주셨다"고 했다. 또 나중에라도 양씨가 공부를 하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뒤에서 밀어주겠다는 말이 그녀에겐 세상 무엇보다 큰 힘이 됐다.

사실 지금의 그녀를 이끌어준 것도 부모님이다. 어려서부터 네일아트나 만들기 등에 관심이 많았지만 중학교 시절까지 평범하게 일반고를 가고 대학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던 양씨에게 아버지가 '뷰티고'를 권했다. 그녀에게 손재주가 있다 여겼던 아빠의 추천이었다.

그렇게 공부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길을 선택한 양씨에게 고등학교 3년의 시간은 즐겁기만 했다. 양씨는 "공부도 중간인 그냥 평범한 학생이 뷰티고 입학과 동시에 달라졌던 것 같다. 관심가는 일이 생기니 그 분야를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래서 진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격증과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도 즐거웠고 나중에는 뿌듯함도 느꼈단다.

양씨는 디자이너가 되면 대학 진학도 고려하고 있다.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그녀의 '후진학' 선택은 작은 울타리 안에 머물지 않고 더 넓은 곳을 경험하기 위한 다짐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양씨에게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양씨는 "지금 3학년 후배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저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이미 겪었던 시기였기에 지금 후배들이 힘든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은 어떤 일이든 자기가 선택한 일은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또 한가지, 대학 진학이든 취업이든 인생에 그 두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무엇이든 자기가 선택한 곳에서 열심히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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