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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숲을 복지자원으로] (5·끝) 제주형 산림복지를 위해
‘서귀포 치유의 숲’ 지역주민도 함께 건강한 쉼터 만든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5. 11.27. 00:00:00

시오름 일대의 편백나무 숲은 '서귀포 치유의 숲'이 품고 있는 대표적인 산림자원이다. 사진=강경민기자

내년 봄 호근동 174㏊ 숲에 건강증진·산림치유 공간 개장
아이부터 실버층까지 이용객 특성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


오래 전 제주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인 듯 했다. 집으로 향하는 작은 골목길을 뜻하는 올레길이 푸르른 나무숲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터전을 에워싸듯 그 주변에도 둥그렇게 쌓아올려진 돌담이 보였다. 찬바람이 가시는 따스한 봄날이 되면 누군가는 이 자리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있을 지 모르겠다. '숲 속 요가교실' 장소로 예정된 곳이기 때문이다.



내년 봄 개장하는 '서귀포 치유의 숲'에서는 풍부한 숲 자원을 기반으로 명상과 요가 체험활동. 사진=서귀포시 제공

▶온화한 기후로 연중 개방 가능 이점=서귀포시 호근동 산1번지. 내년 3월쯤 시오름 주변에 '서귀포 치유의 숲'이 문을 연다. 2012년 사업에 착수한 이래 3년여만의 일로 현재 마무리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 정의된 치유의 숲은 '산림치유를 할 수 있도록 조성한 산림(시설과 그 토지를 포함)'을 말한다. 여기서 언급된 산림치유는 향기, 경관 등 자연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일컫는다.

치유의 숲은 생활 여건의 변화에 따라 건강 증진이나 환경성 질환 치유 등을 위해 숲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 맞춰 산림의 정서적·육체적 치유 효과와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전국에는 산음·청태산·장성·가평·장흥 치유의 숲이 운영되고 있다. 산림청이 운영하는 치유의 숲이 3곳이고 나머지 2곳은 해당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귀포 치유의 숲은 서귀포시가 운영을 맡는다. 서귀포자연휴양림, 붉은오름자연휴양림, 한라산둘레길 등 산림복지 인프라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서귀포시는 그간의 운영 경험을 살려 치유의 숲을 꾸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거친 날씨 탓에 겨울철이면 문을 닫는 다른 지역 치유의 숲과 달리 서귀포는 온화한 기후로 인해 연중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편백나무 아래 치유의 숲길 걸어보자=174ha 면적의 숲 속에 자리잡은 서귀포 치유의 숲은 사시사철 다른 경관과 색채, 빛깔을 품은 곳이다. 숲의 향기를 뿜어내는 사스레피나무에서 봄이 시작돼 여름이면 60여년된 편백과 삼나무가 산림욕 최고의 계절을 만들어낸다. 가을엔 서어나무의 단풍, 붉가시나무의 도토리가 황금빛 여유를 빚는다. 겨울엔 잣성과 돌담길 너머로 붉은 꽃송이를 피워내는 동백과 마주하게 된다.

산림복지 숲속 요가기체조. 사진=서귀포시 제공

이같은 식생을 품은 서귀포 치유의 숲은 크게 산도록 지구, 놀멍 지구, 쉬멍 지구, 오고생이 지구로 나뉜다. 정감있는 제주방언으로 이용객들을 맞이한다.

산도록은 무더울 때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는 느낌처럼 '어느 정도 서늘하거나 시원하게'라는 뜻을 가졌다. 산도록 지구엔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탁족치유대, 산도록치유숲길, 명상의 숲이 들어선다.

놀멍 지구에는 말 그대로 놀면서 산림이 주는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배치한다. 편백잎 욕장, 수면치유존, 놀멍 치유숲길 등이다. 편백나무가 빽빽한 서귀포 치유의 숲이 주는 이점을 한껏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쉬멍 지구는 숲에서 일상의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공간이다. 곳곳에 숲속 요가교실, 숲속 휘트니스, 가베또롱 돌담길, 쉬멍 치유숲길, 벤조롱 치유숲길, 하늘바라기 치유숲길, 숨비소리 치유숲길 같은 이름을 붙여 다양한 치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오고생이는 물건이 상하거나 수가 줄어들지 않고 본디 그대로 있는 꼴을 뜻하는 제주방언이다. 이 말을 따온 오고생이 지구에선 숲을 가꿔온 과정을 통해 숲의 소중함을 배우고 교감할 수 있는 오고생이 교육장, 말 치유숲길, 힐링하우스 등을 둔다.



▶주변 마을 연계한 운영 방안 모색해야=서귀포 치유의 숲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연령층에 열려있는 산림복지 시설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숲 자원을 활용한 체험 기회가 빈약한 다른 시설에 비해 이용객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다. 실버층에겐 치유와 산책, 휴식의 공간이 될 것이다. 청소년과 대학생 그룹은 단체 방문 형태로 다양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어린이 역시 산림을 활용한 눈높이 교육과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기업이나 기관의 연수 장소로도 맞춤하다.

족욕 등 이용객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건강증진·산림치유 활동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사진=서귀포시 제공

성인이 1박 2일 일정으로 서귀포 치유의 숲을 방문할 경우 첫째날엔 건강측정과 상담, 스트레스 예방과 관리 강의 듣기, 편백잎 풀장 체험, 치유 족욕, 힐링센터 테라피 프로그램 등으로 일정을 짤 수 있다. 둘째날엔 자연에서 명상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편백숲 맨발 걷기, 몸을 정화하는 티테라피 등을 차례로 체험해보자. 청소년들은 2박 3일간 치유의 숲에 머물며 맨발 숲길 걷기, 숲 가꾸기 체험, 명상 치유, 숲속 요가, 편백 목공교실 등을 통해 놀이터와 같은 숲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서귀포시는 제주에 처음 생겨나는 치유의 숲 운영과 관련, 지역주민과 연계한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어 어떤 결실을 맺을 지 주목된다. 대대로 그 땅에 살아온 지역 주민들의 노력이 더해져 보배로운 산림자원이 보존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치유의 숲이 조성된 마을이 호근동인 만큼 인적 자원, 특산물을 활용해 주민 소득과 이어지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치유의 숲에 장기 체류하는 이용객들을 위한 숙박시설 운영, 청정지역인 제주섬의 특성을 살린 건강한 먹거리 개발과 판매, 주민들의 또다른 생활공간이기도 했던 시오름 일대를 아우른 마을의 역사, 문화 등을 안내할 수 있는 인력 양성 등이 그 예다.

산림치유연구소인 '내 삶의 봄날' 양은영 대표는 "치유의 숲 운영을 통해 외부에서 오는 이용객만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도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새로운 일자리나 주민 소득 창출은 물론이고 치유의 숲 마을 주민들이 건강을 유지해 그 비결을 방문객들에게 전파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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