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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맛집을 찾아서](102) 제주시 일도2동 ‘태화식당’
매콤 짭조름한 볶음요리에 가슴 한켠이 따뜻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입력 : 2015. 11.27. 00:00:00

1975년 문을 연 태화식당은 제주항을 드나드는 화물차 운전자를 비롯해 뱃사람들에게 유명한 곳이다. 태화식당이 내놓은 한상차림(왼쪽). 주인장 김윤홍·양귀순씨 부부(오른쪽)는 "힘든 일을 하는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좋게 평가를 해주니 그게 보람"이라고 말했다.

옛 제주소방서 맞은 편 주택가에 숨은 맛집인 '태화식당'이 있다. 40년 넘게 제주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김윤홍(68)·양귀순(64) 부부가 한달전 제주시 일도2동에 자리를 틀었다. 최근 산지천 인근 탐라광장 조성사업으로 식당 자리가 도로에 편입되면서 정든 곳을 떠나 이곳에 정착했다.

1975년 1월에 문을 연 태화식당은 제주항을 주로 드나드는 화물차 운전자를 비롯해 항운노조, 뱃사람 등에게 유명한 곳이다. 그러다보니 이전한 후에도 알음알음 전화나 입소문을 통해 부부가 만든 옛맛, 정든 맛을 잊지 못해 찾는 이가 많다.

지난 25일 식당에서 만난 김영수(77)·신덕성(75)·강유찬(73·이상 일도2동) 할아버지는 태화식당과 함께한 '단골'이다. "우리야 개업과 함께하고 있는 '시작 단골'이야. 태화식당이 문을 연 때부터 지금까지 연을 잇고 있으니 한 40년이 됐지. 30대 젊은 청춘 때 만나 벌써 백발이 성성한 나이가 됐으니 친구나 다름 없는 곳이지. 무엇보다 음식이 입에 맞으니 더할 나위가 없어."

태화식당의 주요 메뉴는 제주산 돼지고기와 싱싱한 오징어를 넣은 오징어볶음, 그리고 신선한 야채와 어우러지는 돼지고기 두루치기다. 돼지사골을 푹 고아 만드는 야채찌개도 별미다. 하나하나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무엇보다 모두 제주산이나 국내산을 고집하면서도 6000~8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이 정직한 부부를 닮아 고집스럽다.

주요메뉴인 야채찌개. 강희만기자

양귀순씨는 말한다. "야채찌개는 된장과 야채, 돼지고기가 들어가는데 모두 익힌 후 계란을 풀어넣는게 포인트다. 술안주는 물론 해장국으로 많이 찾는데 뼈육수를 잘 달여서 푹 고아야만 제맛이 난다. 매일 동문시장에서 구입한 야채와 고기 등 식재료를 사용한다. 직접 친척이 재배한 고추가루며 매운탕에 들어가는 우럭이나 조기, 배드래기(참돔)도 냉동은 쓰지 않고 있다. 제철재료로 만들어야 그 맛이 산다. 저렴한 가격에 집밥같은 음식을 내놓는데 힘든 일을 하는 분들이 먹고 좋게 평가를 해주니 그게 보람이다."

돼지사골로 우려낸 ‘야채찌개’ 별미
모든 식재료 제주산·국내산만 고집
착한가격으로 40년 단골 발길 꾸준


자리젓과 창란젓, 무말랭이무침, 어묵볶음, 콩나물무침 등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맛이다. 무말랭이는 직접 부부가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 정성이 가득하다. 호박무침과 된장국, 조개미역국도 음식의 맛을 더한다.

어릴적부터 20대 초반까지 양귀순씨는 큰아버지가 운영하는 서귀포에서 유명한 중국음식점 '덕성원'에서 음식만들기를 배웠다.

주요메뉴인 오징어볶음. 강희만기자

이미 요리에 대해서는 검증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볶음요리도 재료를 따로 볶아 낸다. 야채와 고기 등 식재료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식재료 고유의 맛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요리의 '비법'인 셈이다. 한국식과 중국식 요리방법의 오묘한 조화가 음식의 맛을 배가시킨다.

"멀리서 발걸음 하는 단골을 위해 조금 더 많은 음식을 내어 놓는다"는 노부부의 정성스런 손길이 더욱 정겹다. 태화식당의 음식은 옛 것에 대한 '그리움'이고 사람에 대한 '애정'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6시~오후 9시. 첫째주 월요일은 쉰다. 제육볶음·오징어볶음 1인분 7000원, 술안주용은 1만5000원, 야채찌개 6000원, 매운탕 7000원, 된장뚝배기·김치찌개 6000원 등이다. 여름철엔 별미인 자리물회와 한치물회를 선보인다. 제주도 제주시 고마로11길 11(일도2동). 064-75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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