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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한국사회 움직인 대법원 10대 논쟁
김영란의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입력 : 2015. 11.27. 00:00:00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법관이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일명 '김영란법' 제안으로 더 유명한 김영란 전 대법관이 스스로의 판결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연 책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를 펴냈다.

저자는 책에서 대법관 시절 직접 관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가운데 사회적으로 의미가 큰 대표적 판결들을 꼽아 이를 통해 대한민국과 사법부의 현실을 조명한다.

저자는 책 머리에서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2013년 1학기부터 서강대 로스쿨에서 한 강좌를 맡으며 '판례실무 연구'란 이름으로 대법원 전원 합의 판결을 학생들에게 해설하고 있는 저자는 강의 준비를 위해 전원합의 판결들을 다시 읽다 판결할 당시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점들을 보기 시작했다. '대과'가 여기저기서 보였고 '소과'는 일일이 말하기도 민망할 지경이었다. 있을 때 좀 더 잘했어야지 떠난 후의 반추가 무슨 의미가 있나, 회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이런 회의와 아쉬움을 가감없이 담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궁리하던 중에 출판사의 집필 제안을 받고 겁도 없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단다. 특히 저자는 "법률가가 아닌 사람들도 흥미를 느낄만한 판결들을 비교적 비법률적인 시각에서 설명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힌 것처럼 복잡한 법 논리에 갇히지 않고 사회 일반의 관점에서 판결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했다.

이 책에서 다루는 판결들은 지금도 쟁점으로 남아 있는 출퇴근 재해와 퇴직금제도의 문제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사례들부터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되는 대기업 지배구조의 문제와 사학비리, 여전히 첨예한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는 존엄사와 표현의 자유 문제, 종교의 자유 논쟁, 사회 변화에 따른 법 해석의 문제를 제기하는 성소수자의 차별과 제사 문제, 개발에 따른 환경문제다.

저자는 각각의 판결을 현재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다시 읽으면서 판결에 담긴 법의 논리뿐 아니라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배경과 논의, 판결 이후의 변화, 비슷한 외국의 사례와 연관된 문학작품, 영화 등을 두루 살피며 풍부한 논의를 더한다. 나아가 당시에는 밝힐 수 없었던 판결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와 비판, 반성까지 가감없이 털어놓는다.

본문 중에 대법원을 향한 저자의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처럼 매일매일의 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사회에서는 대법원 또한 그 변화의 의미를 예의주시해 놓치지 않아야 한다.… 대법원의 판결이 새로운 제도를 창안해낼 수는 없겠지만, 사회가 나아가려는 방향을 거스르거나 그 방향을 무시하는 결론을 내려서는 더이상 존중받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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