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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제대로 된 농작물재해보험을!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입력 : 2016. 03.07. 00:00:00
스위스 취리히보험그룹이 얼마 전 미국 대형 은행인 웰스 파고(Wells Fargo)의 자회사인 RCIS(Rural Community Insurance Company)를 10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며 화제가 됐다. RCIS는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농작물재해보험 전문회사다. 2014년에만 보험료로 21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미국의 농작물재해보험은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의 수확량 감소는 물론 가격변동 등으로 인한 농가의 소득 감소분까지 보상해 준다.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액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미국 정부가 이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농가는 물론 보험을 운영하는 보험사도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농작물보험 체계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1938년에 도입돼 7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최적화된 운용체계로 농가 경영안정을 뒷받침하며 농업강국으로 위상을 다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2012년 기준으로 농작물보험 가입면적은 1억1331만㏊에 달한다. 총보험료는 12조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7조8000억원이 국고보조다. 2010년을 기준으로 미국 4대 농작물의 보험가입률은 옥수수 83%, 면화 91%, 콩 84%, 밀 86% 등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의 농작물재해보험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보험 대상 작물은 과수·벼·밭작물·시설작물 등 46개 품목과 농업용시설에 그친다. 가입률 또한 2014년 16.2%가 고작이다. 그나마도 그 전해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이다. 올해 재배보험 대상품목을 50개로 확대하고, 과수 종합위험보장 사업도 확대한다고 하나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농작물재해보험이 정작 농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농가들이 보험의 필요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데다 까다로운 피해 심사와 턱없이 부족한 보장도 걸림돌이다. 지역·품목별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수요를 충족시키는 상품이 턱없이 모자란 것도 한 이유다. 실제로 지난 1월 32년만의 최고 한파·폭설로 감귤이 동해 피해를 입었지만 농작물재해보험을 통한 보장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보상기준 때문이다. 보장 기간이 '수확기 종료 시점'으로 설정돼 있지만 '11월 30일을 초과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에 발목이 잡혔다.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농작물재해보험은 필수적이다.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의 '농업부문 기후변화 적응수단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 결과를 보면 과수의 경우 보험에 가입한 농가가 그렇지 않은 농가에 비해 평균 132만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와 소득 불확실성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줄이는 비경제적 효과도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수단으로 작목을 전환한 경우 농업의 총 이윤 증가로 나타나는데 제주는 16.3~30.1%로 가장 높다.

강원도 횡성군이 올해부터 전국 처음으로 쌀 농가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비를 전액 지원한다. 춘천시 또한 강원도와 함께 보험료 지원분을 30%에서 40%로 늘렸다. 경상북도 문경·상주시 등도 농작물재해보험료를 10% 추가 지원키로 하는 등 보조·지원을 늘려가고 있다.

미국 등 농업 선진국들과 국내 일부 지자체들이 농업 및 농가 보호를 위해 적극 나서는 이유는 자명하다. 농업과 농업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농업이 흔들리면 안보는 물론 타 부문 산업까지 그 여파에 휩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대로 된 농작물재해보험을 통해 농업과 농업인들을 적극 보호·지원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영종 서귀포지사장 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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