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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동굴서 15년 생활한 사연은?
지난 2일 경찰 순찰 도중 발견…긴급생계비 지원
김희동천 기자 hallapd@hallailbo.co.kr
입력 : 2016. 03.08. 19:25:40


제주시 중산간 지역의 천연동굴에서 15년동안 생활을 해 온 40대 남성이 경찰과 제주시의 도움으로 안전한 보금자리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

지난 2일 제주동부경찰서 현봉일 남문지구대장과 고창현 경장은 제주시 아라동 영주고 인근을 순찰하다 우연히 타는 냄새를 맡았다. 냄새는 나무가 무성한 하천 아래 방향에서 나고 있었다. 가파른 경사를 따라 3m아래로 내려간 이들은 깜짝 놀랐다. 넓이가 10㎡ 남짓한 천연동굴에서 정모(47)씨가 나무를 태워 음식을 조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견 당시 정씨는 영양실조와 당뇨 합병증으로 많이 쇠약해져 있는 상태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과 제주시 아라동 주민센터가 정씨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그는 2001년부터 이곳에서 고독한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직업이 없던 정씨는 주로 동굴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무당들이 굿을 하며 남긴 음식이나 무료 급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봄에는 산에서 캔 고사리를 내다 팔아 생활했다.

정씨가 15년간 동굴에 생활했지만 그의 사정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하천 주변이 온통 나무로 뒤덮여 있다보니 현장에 직접 가지 않는 이상 동굴을 알아 채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씨는 누군가 산책으로 하천 근처를 지날 때면 몸을 숨기는 등 철저히 은둔 생활을 해왔다.

정씨를 처음 발견한 현봉일 대장은 "정씨는 면담에서 '몸이 약해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져 어쩔 수 없이 동굴에서 거주하게됐다'고 말했다"면서 "도움의 손길을 절실히 바라고 있었다"고 전했다.

정씨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아라동 주민센터를 정씨를 긴급생계비 지원자로 결정했다. 또 제주시 용담동 모처에 정씨가 살 집도 마련해줬다.

김덕홍 아라동장은 "홀로 사는 노인은 물론 물론 미거주자 등 노숙자들에 대한 관심을 더 갖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영상취재 : 김희동천 기자, 사진취재 : 강경민 기자, 글/취재 : 이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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