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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칼럼]4·13총선 길목에서 마주하는 4·3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입력 : 2016. 04.05. 00:00:00
타이밍이 공교롭다. 제주에서 국회의원 선거는 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4·3을 가로지른다. 4·3 추모기간과 맞물리게 되면서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4·3의 아픔과 역사는 선거의 중요변수가 된다. 4·3이 총선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3일 열린 4·3추념식은 이를 극명히 보여줬다. 더욱이 올해는 일부 우익단체에서 4·3희생자 재심의를 주장하면서 유족과 도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터다. 정부도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제주도에 관련 절차를 진행하라고 했다가 유족과 도민들의 반발을 샀다. 총선에서의 역풍을 우려한 때문인지 잠시 유보한 상태다.

추념식의 관심도 여기에 모아졌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 앞에서 유족회장이 4·3희생자 재심의에 대해 정부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했지만 황 총리는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희생자와 유가족의 아픔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야말로 진정성과는 거리가 먼 공허한 수사에 불과할 따름이다. 이 말에 공감할 유족이나 도민들이 얼마나 될까.

여야 대표들도 4·3추념식에 한걸음으로 달려왔다. 총선 결과가 발등에 불인 정치권은 동상이몽을 꿈꾼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7~19대 세 번의 총선에서 3개 지역구 모두에서 전패한 제주 선거판을 바꾸고 싶어한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권은 이번에도 이변은 없다며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야 공히 4·3희생자 재심의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도 유족과 도민들을 의식해서이다.

지난 12년 동안 현 정부여당은 제주에서 1석도 얻지 못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면서 3개 지역구는 당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차지했다. 보수정부 시절인 2008년과 2012년에도 여당은 3개 선거구에서 1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 일부에서는 제주도를 '야도'라 부르고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김영삼 정부 당시 열린 1996년 15대 총선에서는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선거구 3곳을 모두 휩쓸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선거에서는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2석, 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1석으로 여야가 의석을 나눠 가졌다. 그렇다면 제주도를 야도라고 부르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다.

유족과 도민들은 2000년 특별법 제정과 2003년 대통령 사과 등이 이어지면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길로 들어선 줄 알았던 4·3이 보수정부 집권 이후 퇴행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희생자 재심의 문제도 이런 연장선상에 이해된다. 박근혜 정부가 4·3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격상시킨 것은 평가하지만 아직껏 한번도 참석하지 않으면서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사건발생 68주년이 되면서 아픔과 상처가 차츰 희미해져갈 법도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인 이유다.

4·3은 특별법 제정과 정부 진상조사보고서 채택, 대통령 사과, 국가추념일 지정으로 이어지면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법제적 장치가 마련됐다. 그에 따라 착실히 이행해나가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뀌면 정치권이 딴지를 걸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이용하려 들면서 자꾸 파열음이 나고 있는 것이다. 4·3의 기억과 아픔은 봄철에 꽃놀이하듯 하는 꽃놀이패가 아니다. <이윤형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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