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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신들의 고향'제주섬 설화 집대성하다
'이석범의 탐라유사 8부작' 출간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입력 : 2016. 05.19. 15:26:00
바야흐로 '제주홀릭'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해 유입자가 1만명 이상이고 땅값 수직상승 같은 물질적 풍요는 역설적으로 그 안의 정신을 피박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이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탐라의 원형질이 무엇인가를 찾아봐야할 시점이다.

 '신들의 고향'제주섬의 신화·전설·민담을 묶어낸 '이석범의 탐라유사 8부작'이 출간됐다. 제주에서 태어나 1988년 등단한 소설가 이석범 씨는 2002년부터 고향에서 구전되는 각종 이야기를 수집해 책을 내 왔다.

 이 책에는 그리스 올림포스에 비견될 만큼 수많은 신들이 펼치는 흥미로운 제주섬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제주설화는 신화·전설·민담 등 세분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신화'는 신들이 등장하는 세상의 근원적 질서에 대한 이야기, '전설'은 비범한 인물이 등장하며 사실을 뛰어넘는 역사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민담'은 평범한 인물들이 겪는 특이한 체험 이야기를 뜻한다.

 제주신화 1·2에서는 그리스 올림포스 신보다 더 생생한 인격을 갖춘 10신을 소개한다. '천지왕' '삼승할망 산육신' '꽃감관 할락궁이' '전상차지 가믄장이가' '자청비' '무조 잿부기 삼형제' '일문전 녹디셍인' '강님 차사' '부신 칠성아기' '할로영산 궤네깃도' 등이 담겨 있다. '천지왕'은 하늘과 땅을 가른 천지창조의 신이고, '삼승할망 산육신'은 아이들이 15살이 될 때까지 양육을 돕는다. 또 '전성차지 가믄장아기'는 사람의 운명을 관장하며, '자청비'는 농경과 사랑의 신이다.

 '제주전설'은 기존 민속학자나 작가에 의해 편찬된 제주도 전설들을 총망라하고 집대성했다. 무엇보다 이책의 가장 큰 특징은 '탐라국'의 계보를 '천지왕-설문대할망-삼신인'으로 연결해 서사의 맥을 하나로 이었다는 것이다.

 또 신화, 전설, 민담과 같은 옛날이야기 중에서 우리에게 좀더 친숙하고 매력적인 것이 바로 민담이다. 민담 속에는 우리 자신과 사회와 우주에 대한 아주 오래된 지혜가 들어있다. 그것은 세상이 변화해도 결코 퇴색하지 않는 원형적 지혜들이다. 이제까지 '한국의 민담'은 있었지만 '제주민담'이라는 책은 나오지 못했다. 저자는 '제주민담'에 딱 어울리는 한편으로 '오돌또기'를 꼽았다. 제주의 대표적 민요인 오돌또기는 배를 타고 육지로 향하다 풍랑을 만나 안남(安南, 베트남)에 닿은 총각 김복수의 사연을 담고 있다.

 저자는 "다채로운 제주도 신들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심방(무당)들의 사설에 꽁꽁 숨어 있었다. 최근에는 많은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봉인이 풀리면서 신들의 정체가 조금씩 알려지게 된 것이다. '제주신화'에는 심방들의 사설을 뒤덮는 난해한 제주어의 장막을 걷어내고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신화 열편이 들어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신들은 올림푸스 열두신과 비견될만한 신격을 지녔고 각 편이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느슨한 내부적 연결고리가 있어 전체를 읽으면 일종의 장편소설이 될 수 있도록 의도했다.

 저자는 "일연의 삼국유사에 제주를 뜻하는 '탁라'는 언급돼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면서 "이 책을 통해 '천지왕'을 알게되고 '설문대할망'이 어떻게 살았고 '오돌또기'가 어떻게 해서 생겨난 노래인지를 알아가면서 제주도에 대한 긍지를 느낄 수 있기 바란다"고 밝혔다. 살림. 각 권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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