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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여의도의 제주농업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6. 05.23. 00:00:00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얼굴들이 바뀐다. 300명 중에 132명의 얼굴이 바뀐다. 18개 상임위원회 얼굴도 바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의 얼굴도 바뀔 것이다.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방향도 바뀔 것이다. 국회에서 제주농업의 무게와 힘도 바뀔 것이다. 모두 바뀔 것이다.

농업계는 4·13 총선을 치르기도 전에 이미 기가 죽었다. 지역구 조정으로 농촌 지역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19대 농해수위 19명 의원 중에 8명만 살아남았다. 농업과 직접 관련이 있는 초선 당선자는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과 김형권 더민주당 비례대표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국회 농림어업 및 국민식생활발전포럼 대표인 김춘진의원도 간발의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김의원은 농해수위 의원과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흙의 날'을 법정 기념일로 만드는데 앞장 선 농업을 사랑하는 대표적인 의원인데도 낙선했다. 농촌지역 지역구 조정으로 피해를 본 예라고도 한다.

제주에서는 김우남 의원도 고배를 마셨다. 지난 12년 동안 오직 농해수위에서만 활동했고 농해수위 위원장도 지냈고 19대 국회의원 300명 중에서 법안통과 건수가 1위인데도 떨어졌다. 가장 객관적으로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입법활동과 의정활동을 양적, 질적, 윤리, 보충 지표로 분석하여 상을 주는 최우수국회의원으로 선정되었는데도 당내 경선에서 아쉽게도 떨어졌다.

그래서 혹자는 농업인들 스스로 농업을 포기했다는 얘기도 한다. 정책과 예산을 부탁할 때는 형제처럼 얘기하다가 선거할 때는 남의 일처럼 먼 산을 바라보는 농업인의 특성 때문이라는 얘기도 한다. 제주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스마트폰 사용에 서투른 농업인을 처음부터 배려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한다.

과거 12년간은 여의도에서 제주농업은 꽤 힘을 썼다. 제주농업의 굵직한 현안들을 기댈 언덕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우남 의원은 일편단심 농해수위에, 강창일 의원은 지식경제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역할분담을 경쟁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일 것이다.

밭농업직불제는 큰 성과다. 2002년부터 논농업직불제가 있었지만 논이 없는 제주는 그림의 떡과 같았다. 이 제도로 가장 크게 혜택을 보는 지역은 제주일 것이다.

한·중 FTA에서 감귤, 당근, 무 등 제주 주요 품목이 양허제외 품목에 포함된 것도 그냥 된 것은 아니다. FTA 피해보전 대책으로 향후 상당한 정책자금이 제주농업에 추가 지원하는 것도 제주농업을 대변할 국회의원이 농해수위 위원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함덕, 송당, 서림, 성읍의 농업용수개발사업이나 말 산업 특구로 지정된 것도 그냥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제주도 예산은 제주도 자체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회와 손발이 맞아야 예산확보가 쉽다. 한·중 FTA 대응 1차 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도 국회의 지원이 있어야 목적을 이루기 쉽다. 매년 신청하는 농업분야 신규 사업, 감귤, 당근, 무, 양배추 현안 문제도 국회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제주 국회의원 중에 누군가는 농해수위 위원으로 있어야만 제주농업의 지원군이 될 수 있다.

20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의원들 간에 인기 있고 힘 있는 상임위원회에 소속되려는 눈치 싸움이 치열할 것이다. 이번에 당선된 세 분의 국회의원 중에 반드시 한 분은 농해수위 위원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야 제주농업을 대변하고 제주농업의 지원군이 된다. 제주 농업인도 이를 오래 기억해야 한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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