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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며
[하루를 시작하며]영유아 밥먹는 방법의 학습과 아버님의 내리사랑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6. 07.20. 00:00:00
필자의 소년시절, 아버님께서는 평소 식생활에 관한 말씀을 하실 때면 늘 '신선한 것', '깨끗한 것'을 강조하셨다. 필자가 초등학교 5학년 때 10월 어느 날 어머님이 밭에 가셔서 혼자 아기(걸음마 시작하는 어린 동생)를 돌보던 일이 떠오른다. 아기가 울어서 평소의 부모님(특히 아버님) 방법처럼 밥을 먹여주었다. 아기 숟가락에 밥을 반 정도 떠서 그 위에 반찬을 종류별로 조금씩 넣은 다음 국과 함께 먹였다. 아기가 만족하게 먹은 후에야 필자도 끼니를 먹었다…. 그런데 한 두 달 전부터 아기의 밥먹는 방법이 학습되고 있다는 놀라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즉, 밥술에 어쩌다 빠뜨린 반찬이 있을 경우 아기는 말로 표현은 못했지만 머리를 좌우로 저으면서 귀여운 검지 손가락으로 빠뜨린 반찬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너무 기특해서 "우리 어진이 참 똑똑하구나! 하마터면 반찬 하나를 빠뜨릴 뻔했구나…." 라고 말하면서 빠뜨린 반찬을 밥술에 더 넣고 주었더니 아기가 즐겁게 잘 받아 먹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아기가 먹여주는 밥을 무심코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밥술을 떠 넣어줄 때마다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밥술을 알맞게 떠서 반찬과 같이 먹기,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기·밥먹는 태도 및 예절 등 식사하는 기본행동 요령이나 방법이 멱여주는 횟수에 비례해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학습되어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치아가 거의 없는 영아들은 음식 및 수저를 제대로 씹거나 사용하는 기본능력이 없어서 스스로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끼니 때마다 자애롭게 먹여줘야 한다. 하지만 차차 자라면서 이런 기본능력이 갖춰져가면 자녀들에게 고기를 낚아다 주는 것보다도 고기 낚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데 더 역점을 둔다는 탈무드의 유태인 자녀교육 방법처럼 스스로 먹는 방법을 서서히 익혀서 자립심을 길러가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밥을 먹여주고 등에 업어주며 돌보다가 눈이 반나마 감기면서 졸리우는 것 같아 아기구덕(요람)에 눕혀 재웠다. 조용히 잘 수 있도록 방문을 닫고 아기가 자는 동안 어머님이 지도하신 일들을 하면서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일 나가셨던 아버님께서 집에 잠깐 들르셨다. 참 착하다고 칭찬을 하신 후 아기가 잠자는 방을 살피셨다. "땀이 조금 난 것 같구나. 조금 춥거나 시끄럽더라도 이불을 알맞게 덮고 방문을 열어 환기를 잘 해야 한다. 바깥공기가 맑을 때는 환기를 한 후에도 양 쪽으로 문을 조금씩 열어 맑은 공기가 항상 잘 흐르도록 해야 호흡이 잘 되어 아기가 잠을 잘 자며 경기(驚氣)나 폐렴 예방에도 도움이 된단다. 우리가 섭취하는 공기·물·음식 이 3가지는 어떠한 경우에도 상하지 않는 신선한 것을 먹어야 아프지 않고 건강할 수 있단다…. 어머니 오실 때까지 수고하겠구나" 라고 말씀하시고 다시 일터로 향하셨다. 오늘날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습기 사건이라든가, 미세먼지, 집단 폐렴환자 발생 등은 맑은 공기와 실내 환기의 중요성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정부에서도 공기청정기나 가습기에만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며 공기청정기나 가습기는 환기할 수 없는 등 부득이한 경우에만 사용해서 자연 환기를 생활화해야 하고, 공기청정기나 가습기의 정기적인 청소와 주기적 부품교환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만시지탄은 있지만 타당한 정책에 박수를 보낸다. 하자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는데 모두가 감성(感性)과 이성(理性)의 능력 발휘를 병행하여 함께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 아버님의 자상하신 내리사랑의 말씀을 되새겨 기리며 계승의지를 다진다. <정한석 전 초등학교 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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