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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강의 기적'은 어떻게 가능했나…'설리'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6. 09.19. 11:04:03
9·11 테러의 악몽이 미국민들의 뇌리에 여전히 남아 있던 때인 2009년 1월 15일 미국 뉴욕에서 비행기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실은 US항공 소속 비행기가 이륙한 지 얼마 안 돼 새떼와 부딪혀 양쪽 엔진이 꺼지면서 허드슨강에 비상착수를 시도한 것이다. 생존 확률이 희박한 이런 시도는 기적 같은 결과를 낳았다. 비상착수 과정이나 구조 과정에서 단 한 명의 사망자 없이 탑승객 전원이 무사히 구조됐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로 뒤숭숭한 미국 사회에 오랜만에 희망을 안겨주는 일이었다. 훗날 이 사고는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불리게 됐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감독의 35번째 연출작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하 '설리')은 바로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사고 비행기가 이륙해서 비상착수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3분 28초, 탑승객 전원이 구조되는 데까지는 24분에 불과했다. 이스트우드 감독은 '감동 코드' 일색으로 재현될 수도 있는 실화를 노련한 연출로 긴장감 있게 스크린에 구현했다.

감독이 선택한 방법은 비행기 조종사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가는 것이었다. '설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는 기적과 같은 일을 해낸 주인공이지만 자신을 포함한 155명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면서도 끔찍한 사고를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사고 당사자이기도 하다.

영화는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설리가 보는 악몽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영화가 그린 설리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의 순간 고독한 결단을 내린 영웅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극 중 자신을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언론과 대중을 향해 설리는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라 말하기도 한다.

이스트우드 감독은 설리의 내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장치로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청문회를 등장시킨다. 실제 NTSB의 조사는 사건 후 1년 반이 지나서야 열렸지만 극 중에서는 사고 직후 진행되는 것으로 나온다.

NTSB는 과연 설리 기장의 판단이 옳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비행기가 출발지인 라가디아 공항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 아니었는지, 그게 어려웠다면 인근 공항으로 비상착륙을 시도했어야 하지 않았는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비록 탑승객 전원 생존이라는 좋은 결과를 거뒀지만, 비상착수는 생존 확률이 극히 낮은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설리는 극 중에서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항변하면서도 '내가 잘못한 것이라면? 내가 승객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 것이라면?'이라고 끊임없이 고뇌한다.

감독은 이 기적을 설리 기장 1인의 공로로 돌리기보다는 시민들의 합작품으로 그리는 균형감도 보여준다.

무사히 비상착수를 했어도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던 것은 승객을 구하기 위해 긴급히 달려간 구조대원과 시민들의 덕택이다. 당시는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내려간 겨울철로 구조작업이 지연됐다면 탑승객들이 저체온증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

영화는 뉴욕 경찰의 항공·해상 구조대, 출근보트 승무원 등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이들에게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하고 실제 작업에 참여했던 당사자들을 출연시키기도 했다.

2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9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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