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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너의 이름은' 감독 "대지진 이후 희망 그리고 싶어"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16. 10.10. 09:49:46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 이후 일본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도 대지진 이후 관객들이 행복한 마음으로 극장 문을 나서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죠."

일본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잇는 천재 감독으로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신작 '너의 이름은'을 들고 부산을 찾았다.

이 작품은 올해 8월 말 일본에서 개봉해 1천만 명을 동원한 최고 화제작으로, 올해 부산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돼 9일 국내에서 첫선을 보였다.

'너의 이름은'은 도쿄에 사는 고등학생 타키와 산골 마을에 사는 여고생 미츠하가 어느 날 서로의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뤘다.

몸과 영혼이 바뀌는 소재는 그동안 여러 영화에서 등장한 단골소재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히 10대들의 판타지를 그리는데 머물지 않는다. 시골 마을에 혜성이 떨어지고, 이를 계기로 시공간이 바뀌는 이야기로 뻗어 나간다.

1천200년 만에 지구에 떨어진 혜성으로 인해 한 마을 전체가 사라지고, 마을 주민의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는 설정은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이 맞설 수 없는 자연재해를 그리면서도 사랑과 절실함이 큰 기적을 이뤄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신카이 감독은 이날 동서대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을 겪으면서 일본 사람들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뭔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들이 살아있다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런 사람들의 기도나 소원, 결집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일본 대지진은 천 년에 한번 일어날까 한 큰 지진이었는데, 사람들은 천 년 전에 그런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다"면서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지만, 망각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저항하는 인간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감독의 이런 의도는 주인공들이 서로를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의 이름을 되뇌이는 장면으로 표출된다.

극 초반에는 이성에 민감한 10대 남녀가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특히 10대들이 바뀐 서로의 몸을 대하는 모습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들의 몸이 바뀌게 되는 이유가 드러나는 후반부는 반전의 반전 스토리가 끊임없이 전개된다.

영화 '너의 이름은'



실사영화를 보는 듯 세밀하게 그려 넣은 도쿄와 시골 풍경의 모습은 강한 흡인력을 준다.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인연에 대해 전하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신카이 감독은 "한 개인이 갖는 기쁨이나 슬픔과 같은 소소한 감정도 우주적인 관념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람이 태어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결국 우주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으로 불리는 데 대해 "쑥스럽고 과대평가됐다고 생각한다"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아무도 도달하지 못하는 거대한 존재"라고 존경을 표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3) 등을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이다.

신카이 감독은 차기작에 대해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사춘기의 한복판에 있는 소년, 소녀들을 또다시 등장시킬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43세인 그는 "지금도 10대나 20대 때 가졌던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했다"면서 "청춘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너의 이름은'은 내년 1월 국내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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