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책세상]남미에서 찾은 문명교류의 흔적
정수일의 '문명의 보고 라틴아메리카…'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6. 10.28. 00:00:00
실크로드라고 하면 흔히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육로와 초원로 만을 떠올린다. 그러나 문명교류의 통로인 실크로드는 구대륙에만 한정되지 않았으며, 16세기 초부터 해로를 통해 신대륙 즉 아메리카로 뻗어나갔다.

문명교류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라틴아메리카의 최남단 우수아이아에서 북단 멕시코와 쿠바에 이르는 항구와 도시를 탐방하고 미국 하와이를 거쳐 돌아오는 62일 간의 장정에 나섰다. 이후 콜럼버스의 대서양 횡단항해 현장을 탐방하기 위해 중미 카리브해의 주요 도시와 국가를 다녀왔다. 총 80일에 달하는 서반구 대장정을 통해 '해상실크로드'를 통한 문명 교류의 양상을 밝히려던 것이었다. 결국 저자는 해상실크로드가 지구의 동반구와 서반구, 북반구와 남반구를 잇는 환지구적 교통로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번 기행에서 저자는 콜럼버스·마젤란·엔히끄 등 대서양 항로를 개척한 인물들의 여정을 있는 그대로 복기하고, 유적·유물에서 드러나는 교류의 흔적들을 수집했다.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이나 나스까 지상화 같은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유물들, 마야인과 잉카인이 남긴 문명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했다. 체게바라와 볼리바르 등 독립영웅들의 족적을 따라가며 그들의 삶도 조명했다.

그는 이번 탐험을 통해 원주민 인디오들이 만들어낸 토기와 도자기는 동양을 뺨칠 정도로 월등하고, 황금문화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린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유산을 지닌 인디오들의 역사 행적은 15세기부터 끊겨버리고 만다. 신·구대륙 간 교류의 흔적뿐만 아니라 서구 식민주의자들에 의해 단절된 역사의 빈공간, 서구 어느 국가의 하위 단위로 전락한 못한 남미 각국의 독립과 이후 강대국들의 개입 및 부패로 얼룩직 근현대사의 그늘도 들여다볼 수 있다.

그의 여정은 20개국 51개 지역을 아우르고, 유적지와 박물관도 284개소나 찾았다. 문명교류학의 대가만이 들려줄 수 있는 문물교류와 역사·인류에 대한 통찰이 방문지에서 담아온 사진 556장과 함께 어우러져 대항해시대의 현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아메리카대륙으로 여행을 떠날 독자들을 위한 정보와 현지의 사정, 식문화 등에 관한 지식까지 담아냈다. 저자가 실크로드 오아시스로(육로)와 초원로 답사기에 이어 실크로드 대장정의 완결판으로 라틴아메리카를 일주하며 내놓은 해상실크로드 답사기이다. 창비. 1·2권 각 2만7000원. 표성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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