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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하궷문도 열립서"… 제주 굿판의 생생한 기록
김기삼의 제주굿 시리즈 '동복마을본향당굿'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6. 11.11. 00:00:00
제주굿을 보다 넓고 깊게 기록하게 될 '김기삼의 제주굿 시리즈'를 여는 사진집 1편이 나왔다. 저자가 지난 30여 년 동안 제주굿 현장에서 촬영해 온 기록을 정리하는 첫 번째 결과물이자 제주굿 시리즈의 출발선이다.

사진작가 김기삼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덕에 굿판을 제대로 읽어내고 절묘한 장면들을 잡아낸다. 그래서 그의 사진들은 8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제주굿의 정수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책에는 100컷에 달하는 사진과 함께 24쪽 분량의 본향당굿을 설명하는 글이 담겼다. 본향당굿을 준비하는 모습을 시작으로 당굿제차를 순서대로 보여준다.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 새벽 본향당에서 궤문을 여는 사진을 시작으로 하얀 눈이 쌓인 대신맞이 제상과 본향듦을 하는 심방의 역동적인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사진마다 짧은 설명이 달려있어 본향당굿을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제주도에서 본향은 태산땅·원초적인 고향·마을의 시원이고, 본향당신은 마을 사람들에게 조상이며 신앙 대상이다. 그러므로 본향당신앙은 자신이 나고 자라게 해준 마을의 본향당신이나 토주관(土主官)에 대한 신앙을 말한다. 무속신앙의 의례인 당굿에서 당과 당신, 당신본풀이는 단골에게 종교, 철학, 윤리와 문학 형태의 양상으로 드러난다. 또한 사회·경제뿐만 아니라 단골의 삶과 가치지향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본향당굿이 행해지는 횟수와 단골의 수는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제주시 구좌읍 지역에서는 신년관세제에 본향당에서 본향당신에 대한 의례를 갖추어 하는 본향당굿을 종종 볼 수 있다. 구좌읍 동복마을 단골들이 봉제하는 본향당굿을 생생하게 기록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이다. 사진 김기삼·글 김승연. 도서출판각.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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