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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25시]촛불 든 수험생들에게 어서 푸른 봄을
채해원 기자 seawon@ihalla.com
입력 : 2016. 11.24. 00:00:00
살얼음이 잡힌다는 소설(小雪)이 되자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설레는 첫눈 소식도 들렸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연이어 터져 나오는 시린 소식들 때문에 올겨울은 낭만적이기보다 살벌할 것이란 예감을 지울 수 없다.

청와대와 400㎞ 이상 떨어진 제주에서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뉴스가 쏟아진다. 새누리당 탈당 행보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거취 등 불안정한 정국과 관련된 뉴스가 매일 이어지는 상태다.

다행인지 국정농단사태 덕분에 바뀐 긍정적인 세태도 있다. "사회가 더 올바르게 바뀌는 것을 보고 싶다"며 술집보다 촛불집회를 찾는 수험생들의 모습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지난 주말 촛불과 피켓을 들고 제주시청 앞 평화집회에 참가했다. 수험생들은 수능 직후 가장 하고 싶었던 일로 '촛불집회 참여'를 꼽았다.

사실 수험생들은 시험이 끝난 지금도 바쁘다. 정시 원서 접수에 앞서 인터넷·입시설명회 등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입시 전략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모의고사 때보다 어려워진 '불수능'으로 자신감이 떨어져 마음의 조급함은 더하다.

그럼에도 이들이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참 수능을 준비하던 지난 10월,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은 엄마(최순실) 덕분에 이화여대에 입학, 퇴학 위기까지 벗어났다는 정유라씨에 대한 의혹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길 바라서라고 생각한다.

오는 주말 고3 수험생을 포함한 제주도민들은 6번째로 촛불을 든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도 온 우주의 힘을 모아 '설러불라(그만두라)'를 외친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켜지는 촛불이 20대 맞이하는 이들에게 정말 멋진 청춘(靑春, 푸른 봄)을 선사하길 기대한다.

<채해원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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