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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푸르게 도심을 정원으로](2) 재선충병 절망의 숲
재선충병과의 사투… 올해 전환점 맞을까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입력 : 2017. 02.23. 00:00:00

지난 21일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작업이 진행된 제주시 해안동의 한 임야에서 작업자가 고사목을 베고 있다. 강경민기자

4차 방제 들어 고사목 발생량 감소세
도, 나무주사 확대 등 총력 방제 태세
2020년 재선충병 청정지역 선포 목표


'위이잉~.' 전기톱 소리가 요란히 울리자 바짝 마른 소나무가 힘 없이 쓰러졌다. 집게발처럼 생긴 장비인 우드그랩이 나무를 집어 올려 분주히 옮겼다. 한쪽에는 이미 베인 소나무가 어른 키 높이로 쌓여있었다.

지난 21일 제주시 해안동의 한 임야에선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지역에서만 고사목 20그루가 제거됐다. 지난해 태풍으로 뿌리가 들린 소나무도 '잠재 감염목'으로 분류돼 잘려 나갔다. 소나무재선충의 매개 곤충인 솔수염하늘소의 서식지가 될 우려가 큰 탓이다.

소나무 재선충병과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제주도는 2013년 1차 방제를 시작으로 수년째 끝 없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소나무 숲은 신음하고 있다. 도내 소나무림 7400㏊(2016년말 기준)가 재선충병 피해를 입었다.

'154만3000그루.' 제주도가 2013년 9월 소나무 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1~3차 방제 작업에서 제거한 고사목이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베어낸 감염목을 포함하면 그 수가 161만 그루를 웃돈다.

제주도는 현재 진행 중인 4차 방제 기간(2016년9월~2017년 4월)에 고사목 29만9000그루가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7일까지 전체 예상량의 53%에 달하는 15만8773그루가 제거됐다. 방제 작업에는 하루 평균 600명이 투입되고 있으며, 1차부터 4차까지 투입된 예산만도 1753억원에 달한다.

소나무 재선충병과의 전쟁은 끝 모르게 이어져 왔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방제 작업이 전환점을 맞게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4차 방제에 접어들면서 고사목이 감소하는 경향을 띠면서다. 재선충병으로 인한 고사목은 1·2차 방제 때 50만 그루를 웃돌았지만 29만9000그루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3차 방제(48만4000그루)와 비교해도 피해 규모가 38% 이상 줄었다.

재선충병 피해가 감소한 데는 나무주사를 확대한 게 주효한 것으로 제주도는 분석하고 있다. 재선충병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면서 감염목 수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제주도는 1차 417㏊, 2차 602㏊에 그치던 나무주사 투입 면적을 4063㏊(3차)로 크게 늘렸다.

제주도는 5차 방제(2017년 9월~2018년 4월)에 들어서면 고사목 발생량이 10만 그루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 내부에서도 "올해가 재선충병 방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제주도는 올해 방제 작업에 전력을 다해 재선충병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내년 하반기까지 재선충병 피해목을 관리 가능한 수준인 2만 그루까지 낮추고, 2020년엔 '청정지역 선포'를 목표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4차 방제에 처음으로 '소구역 모두 베기'를 도입했다. 한라산국립공원 경계지역 인근에 재선충병 피해목이 발생할 경우 반경 20m에 있는 소나무를 모두 제거해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고사목 제거, 나무주사, 항공방제 등에 사업비 30억원(국비 21억원·지방비 10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소구역 모두 베기를 도입해 재선충병 잠재 감염목을 제거하고 방제 품질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제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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