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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자본주의가 시공간을 지배한다?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
손정경 기자 jungkson@ihalla.com
입력 : 2017. 04.14. 00:00:00
노학자 40여년 연구의 총결산
도시화, 과잉축적 자본의 산물
성장중심 정책이 양극화 초래


세계적 석학의 40여년 학문 여정이 한권에 담겼다. '자본의 17가지 모순' '신제국주의' 등의 저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데이비드 하비가 그간 발표한 논문 가운데 핵심만 추려내 한권의 단행본,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에 엮어냈다.

고정불변이라 여겨졌던 시공간은 끊임없이 변화 중이다. 1970년대부터 현대도시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꾸준히 비판해 온 지리학자이자 마르크스 이론가인 데이비드 하비는 자본에 의한 시공간적 역동성에 주목하며 '자본주의가 어떻게 시공간을 지배해왔는가'를 연구해왔다.

그는 일례로 중국의 사례를 든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도시화를 이뤄가고 있는 중국의 도시 건설은 그들 국경 너머의 공간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꿈꾸는 실크로드 시대가 열리면 현재 허허벌판에 가까운 중앙아시아 지역들은 대도시로 연쇄적인 탈바꿈을 하게 된다. 중국서 유럽으로 상품이 운송되는 시간도 현저히 줄어든다.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우리의 시공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을 두고 그는 책의 서두에서 독자들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비판적이고 반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세계의 지리적 변화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논리이자 의무다."

"자본을 위한 도시는 인간을 소외시킨다. 도시의 비참함은 자본주의 체계의 불가피한 부산물인 셈이다." 자본주의 틀 내의 도시화는 '축적과 계급투쟁'이란 관점에서도 이해될 수 있다. 자본가계급은 노동에 대한 지배의 재생산을 위해 축적을 수단으로 취한다. 이에 축적은 계급투쟁과 분리될 수 없다. 이런 성장 일변도 정책에 따른 양극화된 도시화 현상을 분석해온 그의 시선은 언제나 날카롭고 독창적이다. '유연한 마르크스주의자'로 평가되는 그답게 그는 경제 성장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가 비판하는 이유는 그 성장이 자본가계급이 아닌 노동자계급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비는 도시화 과정서 창출된 잉여가치가 도시 노동자의 몫이 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목한다. 이런 자본 성장의 속성이 양극화를 초래했으며 이에 성장에만 천착하는 사고방식에서 탈피해 '잉여를 생산하는 체제를 거부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거기에 의문을 가질 때가 됐다'고 그는 주장하는 것이다.

"당신의 책은 지리학, 인류학, 경제학, 문화비평 중 어디에 속하는가."란 질문에 "그 전부다."고 답한 데이비드 하비. 세계적 지성이라 칭송받는 노학자의 40여년간의 연구여정이 궁금해졌다면 이 책을 권한다. 창비. 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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