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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백록담]공급과잉 숙박시설의 살아남기 전쟁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17. 05.15. 00:00:00
불과 1~2년 전 쏟아졌던 분양형호텔의 광고는 귀를 솔깃하게 했다. 연 1%대의 초저금리 시대에 높게는 분양가나 실투자액 대비 두 자릿수의 확정수익률 제시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공급이 과하다 싶어 우려했던 부작용이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10월 서귀포시 소재 분양형호텔 14실이 제주지방법원 경매 매물로 나오더니 며칠 전에는 분양 당시 제시했던 수익금을 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호텔 운영사 변경과 수익금 배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분양형호텔은 사업자가 객실을 아파트처럼 분양하는 호텔이다. '호텔'이라는 명칭을 쓰지만 관광진흥법상 호텔이 아닌 모텔이나 여관처럼 공중위생관리법을 적용받는 일반숙박시설로 분류된다. 준공 후에는 객실 소유자(투자자)들이 전문운영사에 호텔의 운영·관리를 위탁하고 발생한 수익금의 일부를 배분받는 수익형 부동산의 일종이다.

최근 분양형호텔을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로 인한 '수익률 저조'로 압축된다.

제주도내 분양형호텔은 2013년 5월 서귀포시에서 처음 영업을 시작해 현재 1만3000여실이 영업중이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수용태세를 갖춘다는 명목으로 2012년 7월부터 2016년 말까지 한시 시행된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으며 앞다퉈 생겨났다.

하지만 중국의 '금한령(禁韓令)'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불거진 유커(중국인 관광객) 감소 충격에다 관광호텔·게스트하우스 등 타 숙박시설의 과잉공급이 맞물리며 수요 감소에 따른 영업난으로 당초 약속했던 수익금을 배분하지 못하는 분양형호텔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관광숙박업으로 등록된 객실수는 2만9514실로 나타났다. 2012년(1만3956실)과 비교해 111.5%나 급증한 규모다. 신규 승인 관광숙박시설은 2014년 1만16실로 정점을 찍은 후 2016년 1903실로 감소했고 올해는 4월 말까지 151실로 집계됐다. 정부의 당근책에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돈이 된다 싶어 경쟁적으로 지어댄 결과 공급과잉론이 일면서 증가세는 확연히 꺾인 모습이다.

도내 관광숙박시설의 공급과잉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었다. 관광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7년부터 저금리로 관광시설에 융자지원한 관광진흥기금의 70~80%가 숙박시설 신축에 집중됐고, 급기야 제주도는 2016년 하반기부터는 관광숙박업 신·증축에는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500만불 이상 투자하면 지정받을 수 있는 제주투자진흥지구도 숙박시설 일색이다.

제주연구원에서는 2012년 관광객의 숙박난을 우려했지만 2015년에는 '과잉 공급'이라는 정반대 연구결과를 내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현재 관광호텔을 제외한 일반숙박시설에 대한 행정의 정확한 통계도 없고, 특급호텔을 제외한 객실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추정만 하는 게 관광1번지 제주의 현주소다.

분양형호텔이 분양 당시 약속했던 수익금을 제대로 배분하지 못하는 등의 부작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는 게 대세론이다. 살아남기 위한 출혈경쟁으로 인터넷에는 정상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가격에 예약 가능하다는 숙박업소들이 널려있다.

도내 숙박시설의 생존 경쟁은 이미 진행중이다. 동반몰락 등 폐해 최소화를 위한 섬세한 관리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특히 관광객들이 신축호텔을 선호하면서 지은 지 오래된 소규모 영세 숙박업소의 타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돼 공생대책도 요구된다.

<문미숙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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