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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갑질사회 움직이는 두 개의 장치를 파악하라
행정학 박사 양정호씨가 분석한 '하청사회'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입력 : 2017. 07.14. 00:00:00
"갑을사회 본질 지대추구행위·외주화 살펴야"

하청사회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포착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열쇳말이다. 물론 하청이란 제도자체가 최근에서야 등장한 것은 아니며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현실은 아니다. 서구에서 자본주의가 나타난 이후 자본주의 경제가 자리잡은 곳마다 원정업체와 하청업체 사이에 생산 분업 관계가 맺어지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하청사회는 '갑을사회' 또는 '갑질사회'라고 달리 표현할 수 있다. 원래 하청이란 일의 일부 혹은 전부를 위탁받는 상호계약이며, '갑'과 '을'도 계약거래 당사자 양쪽을 일컫는 명칭일 뿐이다. 그러나 양자가 평등하거나 대등하지 않기에, 대개 계약은 일거리를 주는 원청인 갑에게 유리한 반면 일거리를 받는 하청인 을에게는 불리하다. 그래서 흔히 갑은 우위에 있는 자로, 을은 지위가 낮은 자로 인식되며 을들은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상황에서 협동보다 생존을 우선적인 가치로 생각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갑을관계란 불평등한 수직적 관계를 가리키며, 하청이란 그러한 관계 속에 있는 을을 지칭한다. 그리고 '갑질'이란 갑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서 을에게 부당행위를 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전체 사업체 수의 99.9%는 중소기업이며 전체 근로자의 88% 가량이 중소기업 종사자를 뜻하는 용어로 '99-88'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압도적인 비중에도 불구하고 국내 총생산액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는 것은 0.1%에 해당하는 대기업 혹은 재벌이다. 1960년대 이후로 변함없는 한국 사회의 재벌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 기조가 '슈퍼 갑'을 만들어 냈다.

행정학 박사 양정호씨가 '하청사회-지속가능한 갑질의 조건'에서 강조하려는 핵심논지는 갑과 을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우리나라의 하청사회라는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보기 위해서는 하청사회를 움직이는 두 개의 장치, 즉 '지대추구 행위'와 '외주화'를 반드시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하청사회로 변모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분절화되고 개인화된 관계를 어떻게 청산하고, 원청과 하청사이의 책임 있는 관계와 연대의 끈을 어떻게 형성할 수 있을지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고 전했다. 생각비행.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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