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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빠지다
[2017제주愛빠지다](10)김자빈 카페루나 대표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공간 꿈꿔"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입력 : 2017. 07.27. 00:00:00

김자빈 대표는 카페를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경민기자

공무원 생활 접고 제주행
갤러리카페로 새로운 도전
마을음악회·플리마켓처럼
함께 누리는 문화공간 계획

"매일같이 반복되는 직장생활의 단조로움, 출·퇴근 시간 꽉 막혀버린 부산의 도로, 나의 일상은 마흔을 전후로 더 이상 새로운 상황이 없어진 느낌이 들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

사진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부담없이 감상하며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갤러리 카페-카페루나 김자빈(43)대표의 이야기다.

카페루나는 안덕면 화순리 높은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누구나 지나가다 손쉽게 들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닌 발품 파는 사람만 찾을 수 있는 곳에 있다. 탁 트인 잔디밭에서 산방산과 송악산, 형제섬, 마라도를 한눈에 바라보며 차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마을에서 생산한 신선한 채소를 이용해 개발한 메뉴로 만든 브런치도 맛볼 수 있다.

제주사람도 감탄하는 이런 기막힌 곳에 갤러리 카페를 연 그녀는 24살에 시작한 부산시 공무원 생활을 접고 지난해 4월 제주로 내려왔다. 16년의 공무원 생활을 포기하고 제주행을 결심한 이유는 더 늦기 전에 원하던 삶을 찾기 위해서다.

"욕심을 채우는 삶보다 어울려 사는 삶을 꿈꾸어 왔다. 하지만 혼자서는 어디로 갈 용기가 없었다. 마침 제주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에 입학한 조카를 위해 언니네 가족이 제주에 정착하기로 결심했고 평소 사이가 좋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언니가 카페를 같이 운영해 보자고 제안해서 제주행을 결심했다. 그래서 형부가 설계하고 지은 건물의 한 층을 빌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에 내려온 후 늘 아팠던 그녀의 몸은 거짓말처럼 좋아졌다. "부산에 살 때는 어딘가 뚜렷하게 아프지는 않았는데 몸과 마음이 늘 좋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에 온 후 여유를 찾으면서 아픈 것이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뜨겁게 내리쬐는 제주의 햇빛이 아직 익숙하진 않지만 안온함과 게으름의 어느 중간에서 여유 부릴 호사를 마음껏 누려도 이상할 게 없다. 카페에서 맞이하는 하루가 어느 누군가에겐 지루한 일상일지도 모르지만 내 눈에 닿으면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런 비경과 감흥에 젖어 일에 몰두하다보니 아직은 제주도 구석구석을 다녀보지 못했다. 하지만 제주의 인심은 어느 이방인보다 잘 안다. "하루는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온 적이 있는데 이웃에 사시는 감귤농장 어르신이 여느 때처럼 한 손에 귤한봉지를 들고 와서 슬쩍 놓고 가시는 걸 본 적이 있다"며 "주민들이 멀리 보냈던 딸이 온 것처럼 반겨주시고 잘해주신다"고 했다.

그녀는 갤러리 카페를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2개월에 한번씩 교체해 전시하고 있다. 이달 말까진 유광현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그동안 남인근·조인채·서정희 작가의 작품이 선을 보였다. 카페에서 보는 아름다운 풍경을 주민들이 같이 누릴수 있도록 와인파티나 작은마을 음악회, 플리마켓도 생각하고 있다.

카페 갤러리 홍보는 개인 인스타 페북을 통해 소심하게 하고 있다. 기대를 하고 왔다가 실망하거나 또는 잊혀진 공간이 되기보다 기대 없이 왔다가 감동과 찬사를 받는 게 더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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