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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고급음악 경계 허물고 가난한 이 위로하다
근대 클래식의 뿌리 좇은 이채훈의 '모차르트와 베토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7. 07.28. 00:00:00
"인간 이성의 욕구 충족시킬 음악 형식의 원형 고스란히"

그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클래식 음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진행자가 물었다. "근데, 왜 아직도 모차르트, 베토벤이죠? 그만한 사람이 한 명도 나타나지 않은 건가요?"

그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있다. "수많은 작곡가가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악을 되돌아보며 거기에서 자양분을 취했습니다. 두 사람의 음악에는 근대정신의 원류가 흐를 뿐 아니라, 인간 이성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음악 형식의 원형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음악은 과거로부터 그때까지 발전한 음악의 총결산인 동시에, 최근까지 진화해 온 근대 클래식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방송사 피디였던 클래식 칼럼니스트 이채훈씨가 쓴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왜 아직도 모차르트, 베토벤인가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40년 넘게 클래식의 숲을 구석구석 살펴왔던 내공을 바탕으로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뛰어난 음악을 펼쳐보인 두 음악가의 세계로 안내한다.

시민 민주주의 혁명과 근대 산업혁명 이전의 음악은 지배계층의 전유물이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등장하면서 달라진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빈에서 활약한 18세기 말에서 19세기초까지는 음악사에서 대중음악과 고급음악의 경계가 없는 유일한 시대였다.

모차르트는 평범한 시민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선사했다. 그 시대의 누구라도 이해할 만한 음악을 썼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고 1년 뒤 빈에 입성한 베토벤은 모차르트의 정신을 이어받아 모든 사람이 형제가 되어 평화롭게 사는 유토피아의 꿈을 표현했다. 베토벤은 자유, 평등, 우애의 시대정신을 교향곡에 담아냈던 음악가다. 베토벤의 시대에 자유음악가의 정신은 신분제도를 뛰어넘어 도약을 이룬다. 클래식은 가난한 사람을 다독였고 부조리한 현실을 바꾸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됐다.

모차르트를 알고 싶다면 오페라를 들어야 한다. '피가로의 결혼', '돈조반니', '마술피리'같은 대표적인 오페라에서 모차르트는 사랑과 자유의 음악혼을 쏟아냈다. 베토벤은 교향곡 작곡가였다. '영웅', '운명', '전원' 같은 교향곡에서 운명에 대한 승리, 자연에 대한 사랑 등을 악보에 그려냈다. 교향곡은 베토벤의 손에 의해 '클래식 음악의 황제'가 되었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클래식 400년의 산책' 시리즈 두번째로 나왔다. 첫번째는 '몬테베르디에서 하이든까지'였고 앞으로 나올 세번째 책은 낭만주의 시대 음악과 20세기 윤이상까지 다룰 예정이다. 호미.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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