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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밥먹엉 살아졈수광?](8) 부진철 싱어송라이터
부진철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17. 08.10. 00:00:00

싱어송라이터 부진철씨가 매달 문화가 있는 날 열리는 제주권 청춘마이크 사업에 참여해 공연을 펼치고 있다.

[문화예술의 섬 제주에 묻다]

한달 저작권·공연 수입으로 기본적 생활 보장도 어려워

정부 지원 시스템 확대에도 열정페이에 우는 예술가 여전


○…"'인디'란 단어는 '배를 곯는다'는 말을 떠올리게 만든다. 주류에서 멀리 떨어져 작업을 하는 이들에겐 자본이란 볕이 쉽게 들지 않는 탓일 게다.

서울 중심의 문화예술계 풍토에서 지방이라 일컫는 곳은 인디의 처지와 닮았다. 지역에서 예술을 한다는 건 한편으로 그로 인한 수익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

얼마전 싱글 앨범 '여름 밤, 그대'를 내는 등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 부진철씨는 애초부터 예술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인디음악을 하는 이들의 공연 수입이나 저작권료가 어느 정도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정페이'는 더욱 서럽다.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줬다는 이유로 저임금을 주는 것처럼,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줬으니 행사장에 오가는 교통비 정도를 주고 그친다.

그는 오늘도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쏟아져 내리는 별빛을 보면서 오늘 어땠었냐고 힘들지 않았냐고 얘기하던 그 밤, 그 찬란하고 아름답던 밤'이라고 노래한다. 꿈같은 풍경이다. 그에겐 이 여름 밤, '열정페이'에 지친 젊은 예술가들의 어깨를 다독여줄 '그대'가 그립다."…○ 진선희기자



" "예술만으로 밥을 먹고 살 수 있을 것인가?" 애초에 나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맛있는 밥을 먹고, 따뜻한 집에서 부유하게 살고 싶다면 처음부터 예술가의 삶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업 예술가로 산다는 건 오직 자신의 분야에서 창조적인 일을 하며 지내는 삶이라고 본다. 음악을 하는 사람에겐 매달 들어오는 저작권, 공연에 따른 수입이 고정적 벌이가 된다.

우선 저작권이다. TV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억대 저작권 뮤지션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인디 음악을 좋아한다면 알만한 어느 뮤지션의 이야기다. 20여년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지만 그가 받는 저작권료는 한달에 3만원 정도다. 3만원이면 한달에 마시는 커피 값으로도 부족한 금액이다.

다른 뮤지션은 어떨까. 올해 제14회 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부문을 수상한 그녀는 시상식에서 자신이 현재 경제적으로 힘들어 이 자리에서 트로피를 팔아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한달 수입을 공개했는데, 지난 1월 42만원, 2월엔 감사하게도 96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수입은 저작권료만은 아니었다. 결국 트로피는 그 자리에서 50만원에 팔렸다. 웃기면서도 슬픈, 흔히 말하는 웃픈 모습이었다.

인지도가 있고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뮤지션들은 생각보다 많은 개런티를 받으며 공연을 한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 뮤지션들은 '열정페이'로 공연을 하고 있다. 주최측에서는 공연을 하고 홍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만으로 감사해 하라는 무언의 눈치를 주고, 그렇게라도 공연을 해야 하는 뮤지션들은 어쩔 수 없이 차비만 받으며 공연을 펼친다. 그것도 자신들의 노래가 아닌 관객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하면서.

제주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주변 뮤지션들이나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예술가들을 보면 '열정페이'를 강요받고 있다. 이런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고, 가끔은 딱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다행히 예전보다는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것 같다. 10년전 제주에서 밴드를 할때는 경제적인 도움 하나없이 활동했다. 그러다 7년 정도 서울에서 학업과 공연 활동을 하다 다시 제주에 내려오니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나는 지난해 나라에서 실시한 지원시스템을 통해 재정적인 도움을 받아 앨범 작업을 했다.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비용이 다르겠지만 인디 뮤지션들 기준으로 앨범 한 장 제작에 500만원~1000만원 정도가 든다. 레이블이 없는 개인 뮤지션 혼자서는 비용을 감당하기가 버거울 수 밖에 없다.

모든 예술가들이 자신의 창작 활동만으로 먹고 살길 꿈꾸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우리 나라의 시스템만 탓할 일은 아니다. 이 길을 선택한 본인도 감당해야 할 몫이 있다. 오늘도 늦은 밤까지 깊은 고민과 갈등에 휩싸인 채 창작활동을 이어나가는 이 땅의 예술가들, 그리고 그들을 지지해주는 가족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부진철·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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