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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가족을 묻다 外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7. 09.08. 00:00:00
▶가족을 묻다(홍양순 지음)=바다에 뛰어들어 실종된 아버지와 유서를 두고 사라진 어머니가 있다. 남겨진 자식들에게 아버지의 보험금이 1~2억원씩 전달되지만 그들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다. 작가가 그리는 가족은 마냥 아름답지 않다. 힘이고 꿈이었던 가족이 사라진 자리에 그들의 참혹한 얼굴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촘촘한 문장을 따라 가노라면 '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분노와 모두를 연민할 수 밖에 없는 슬픔의 경지'에 다다를지 모른다. 실천문학사. 1만2000원.







▶지느러미 남자(조한일 지음)=2011년 '시조시학' 신인상 등단 이후 펴낸 첫 시조집. 동문시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역동적이고 치열한 땀의 현장을 그려낸 표제작 등 70편이 실렸다. 지느러미는 사막같은 세상을 살아가며 흔들리지 않고 꽂꼿이 서게 해줄 삶의 좌표이자 방향감각을 갖추게 만드는 상징적 이름이다. 시인은 서민들의 애환과 아픔을 다루고 생활 속 파편을 주워담은 넝마주이의 심정으로 시조를 썼다고 했다. 고요아침. 1만원.







▶옥상의 윈드노츠(누카가 미오 지음, 권남희 옮김)=고등학교 관악부 동아리를 배경으로 상처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청춘들의 분투를 그렸다. 아버지가 남긴 일기 속에 적힌 '큰 뜻을 품어라'는 말을 가슴에 새긴 소녀가 '큰 뜻'이란 이름을 가진 소년을 만나 껍질을 깨고 나오는 성장담이 펼쳐진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변하는 청춘들의 감정이 악기 소리로 대변되는 등 소설 속 관악기가 등장인물을 묘사하는 중요한 도구로 쓰인다. 은행나무. 1만4000원.







▶경계에 흐르다(최진석 지음)=경계에 서있으면 과거에 붙잡히지 않고 미래로 몸이 기운다는 저자. 노자와 장자를 현대의 철학자로 우리 시대에 소환했던 그가 자기 삶과 사유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엮었다. 청소년 시절 체득한 두려움과 갈망, 철학 공부의 시작, 칸트에서 장자로 시선을 옮기게 만든 무료함 등이 펼쳐진다. 그는 지성의 폐허를 딛고 독립적 사유를 시도하는 지성의 두께를 갖추는 일은 처절한 고독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소나무. 1만5000원.







▶그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김태빈 지음)=역사를 공부하는 문학교사가 펴낸 항일답사기. 독립운동에 온 몸을 바친 선열들의 발자취를 따라 중국과 한국을 종횡했다. 북쪽으로는 뤼순, 다롄, 명동, 용정, 하얼빈을 돌아봤다. 남쪽으로는 난징, 상하이, 자싱으로 향했다. 연대기적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과거와 저기가 지금 여기에 있음을 고증하고 기록해나갔다. 가는 곳마다 메아리치는 항일의 노래에 참담해 울고, 안타까워 울고, 억울해 울었다고 했다. 레드우드. 1만6800원.







▶올드독의 맛있는 제주일기(정우열 지음)='도민 경력 5년차 만화가의 제주 먹거리 만화'란 부제가 달렸다. 2013년 1월 제주로 이주한 저자가 그간의 제주 생활 경험을 담아 20가지 제주 먹거리를 펼쳐놓았다. 오메기떡, 빙떡, 고사리육개장, 성게미역국, 갈치호박국, 고기국수, 보리빵, 보말칼국수 등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때때로 낯선 제주의 모습이 비쳐난다. 어떤책.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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