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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모두 중의 누군가, 그 한 사람을 위해
슌타로·히데코의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입력 : 2017. 09.29. 00:00:00
모두와 다른 생각은 적일까
나와 아무 상관없는 일일까
인권 연대 가치를 되새기다

블랙리스트가 있었고 이로 인해 많은 연예인과 배우, 작가 등이 차별과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은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고 억압하려는 세력이 아직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모두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이상하고 위험한 일일까?' 그림책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친절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퇴근 후엔 맥주를 마시며 TV를 본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테니스를 즐긴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 중 한명인 시란 씨는 어느 날 갑자기 체포돼 어디론가 끌려간다. '아무 죄가 없는데 왜?'라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모든 사람은 비 맞는 걸 싫어해 우산을 쓰는데, 그는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쓰지 않고 비를 맞는 걸 즐긴다"는 거였다. 단지 모두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이유로 적이 되고, 갇힌 채 고문을 당하는 그를 통해 생각의 자유를 권력으로 통제하려 했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시란 씨와 그를 둘러싼 이야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쟁 탓에 삐쩍 마른 어린이의 모습은 세상에 언제나 있는 일이라 여겨지고, 죄도 없이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풀려나도록 함께해 달라는 요청의 편지는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 상관없는 일이라며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심지어 회사 동료의 체포 소식에도 자기와 아무 관련이 없다며 모른 척하고, 함께 일상을 지키던 친구들조차 금방 잊어버리는 세상이 시란 씨가 체포되기 전후의 주변 사람들의 행동과 모습이다. 반면 감옥에 갇힌 시란 씨를 위해 편지를 써 주는 먼 나라의 젊은이와 아주머니는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있던 연대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일본의 국민 시인이라 불리는 다니카와 슌타로와 세계 최대의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이야기, 그리고 이세 히데코의 인상적인 그림체가 어울린 이 인권 그림책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많은 질문과 깊이 있는 울림을 전한다.

저자인 슌타로는 "모두 중의 누군가, 그 한 사람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서는 나의 자유도 지킬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평범한 한 젊은이가 겪는 상징적인 이야기를 통해 인권과 연대의 소중함과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또한, 같은 방식으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일까?" 김황 옮김. 천개의 바람.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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