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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25시]반출 금지 '제주경찰 70년사'의 기밀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입력 : 2017. 10.26. 00:00:00
10월 21일 경찰의 날을 앞두고 제주경찰의 변천사를 알아보던 중 2년 전 '제주경찰 70년사'가 발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경찰에 책을 요청했더니 외부 반출이 금지돼 찾아와서 필요한 부분을 복사해가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경찰 초소 위치와 인원 등 작전상 기밀이 포함된 사료는 일체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모 국회의원이 요청해왔지만 공개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따랐다.

책 속에서 기대했던 '작전상 기밀'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렇게 인상적인 내용이 있었다. "한국경찰은… 식민지 기간 일제 식민지통치를 효과적으로 관철시키고 조선인들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된 채 유지되었다… 냉전체제 하에서 발현된 남한사회의 극단적 반공주의에 입각하여 국민들을 통제하는 데 적극 활용되기도 하였다."

경찰을 비판하는 외부인의 글이 아니라 제주경찰의 변천 과정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제주경찰청장은 발간사를 통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일은 없었는지 반성도 해보게 된다"고 반성하고, "때로는 의욕이 앞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해 도민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과거 제주경찰이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면 이 같은 반성과 고백이 와닿진 않지만 '경찰 노조'가 현실화되는 세상이니 믿기로 했다.

하지만 '제주경찰 70년사'의 미공개 이유는 여전히 수긍하기 어렵다. 제주경찰은 과거 두 차례 펴낸 '제주경찰사'를 통해 4·3을 왜곡한 '전과'가 있다. 당시 4·3 유족의 거센 항의에도 꿈쩍 않던 경찰은 여당 유력 정치인에게 굴복해 4·3 관련 내용을 삭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제주경찰이 달라지려면 앞으로 펴내는 사료는 정부 '4·3진상조사보고서'의 내용을 실어야 한다. 그리고 도내 모든 도서관에 배포해야 한다. '제주경찰 70년사'에서 밝힌 것처럼 "이 모든 일이 제주경찰이 안고 가야 할 역사의 한 페이지"이다. <표성준 행정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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