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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함께] '…제주 당올레' 펴낸 여연씨
"신당 이야기에 마을 역사 고스란히"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7. 10.26. 20:00:00
문무병 소장과 공저로 발간
송당 등 30여곳 오늘을 기록

"공동체 정신적 뿌리 보존을"


"신목의 몸통에는 덩굴들과 가녀린 나무들이 달라붙어 있었는데, 같이 하늘로 오르고 싶다는 간절함에 꿈틀거리며 기어오르고, 만년폭낭은 그 간절함을 모두 받아 안고 있었다. 그 어마어마한 모습에 압도당한 우리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 외에 다른 말을 쉬 꺼내지 못했다."

벼락장군을 모신 당이라는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와산본향당 베락당. 그는 폭낭(팽나무)이 하늘을 가리는 그곳에 발디뎠던 순간을 그렇게 적었다.

2008~2009년에 나온 '제주신당조사'를 보면 제주에 흩어진 신당은 230개가 넘는다. 이름만 전해지는 신당까지 합하면 400여개라고 하니 달리 1만8000 신들의 고향이 아니다.

법명인 여연을 필명으로 쓰는 김정숙씨가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과 함께 펴낸 '신화와 함께하는 제주 당올레'는 제주 신당을 발로 누빈 여정을 싣고 있다. 25년간 국어교사로 근무하다 퇴임한 뒤 알고 지내던 문 소장이 이끄는 제주신화연구소와 인연을 맺은 게 집필 계기가 됐다. 지난해 제주신화연구소에서 진행한 '제주 당올레 기행' 과정을 꼼꼼히 기록하고 거기에 문 소장의 논문 등에서 따온 '문 박사의 톡톡 신화 강좌'를 덧붙여 완성시켰다.

당올레는 신당 가는 길을 말한다. 신당은 대개 호젓한 숲속에 자리하고 있다. 여연씨는 "당올레를 천천히 걸어가다보면 어느새 찌들었던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에 소개된 신당은 30여곳이다. 제주 당 신앙의 성지라는 송당을 시작으로 와산, 애월, 금악, 성산, 중문 지역의 신당을 찾았다. 제주에 남아있는 신당수에 비하면 적은 숫자지만 본풀이가 풍부한 곳들이다.

"당본풀이는 신당에 좌정하고 있는 신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거기에는 마을이 생겨난 유래, 생활 문화가 드러납니다. 문자로 기록되지 않은 마을의 역사를 보여주는 소중한 자산들입니다."

여연씨는 마을공동체의 정신적 뿌리인 신당이 오래도록 우리곁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낙관적이지 않다. 개발과 인구 유입 등으로 신당이 하루가 다르게 파괴되고 있다. 더러 신당을 정비한다며 '육지'식으로 둔갑시켜버린다. 베락당이 있는 와산도 예외가 아니다. 당올레 기행 뒤 다시 찾은 와산리에서 여연씨는 마음이 어두워졌다. 그는 "땅값 상승, 개발 열풍,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당올레가 주택가가 되게 생겼더라"며 제주도 전통문화 보전을 위해 와산을 신화 마을로 지정하고 본향당 일대를 보호하는 시책을 마련하는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알렙. 1만7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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