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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 제주형 대중교통, 최적안인가?] (5) 인천시가 주는 교훈
실효성 없는 전용차로 운영 지역사회 논란 불러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17. 11.28. 20:00:00

인천시는 현재 시내도로 14개 노선 약 110.67㎞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가로변 전용차로로 운영해 버스들이 전용차로가 아닌 일반차로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22곳에 무인 카메라를 설치해 단속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무인 카메라를 통한 단속에 의존하다 보니 카메라 사각지대 불법 주·정차 문제 등 실효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인천시 남구 관교동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앞 도로 모습. 사진=특별취재팀

준공영제 재정 부담으로 신규 증차 불허하기도
3조57억원… 천문학적인 교통혼잡비용 예상돼
해결책은 대중교통 이용률 확대 위한 정책 제안


인천광역시는 극심한 도심지역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률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천문학적인 교통혼잡비용이 예상되는가 하면 버스준공영제에 따른 재정 부담도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대중교통 전용차로제를 3년 가까이 실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인천시의 상황은 제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제주의 새로운 대중교통체계가 겪을 수 있는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효성 없는 버스 전용차로제=인천시는 현재 시내도로 14개 노선 약 110.67㎞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22곳에 무인 카메라를 설치해 단속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인천시의 버스전용차로 대부분이 중앙차로가 아닌 '가로변차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전용차로제가 가질 수 있는 '빠른 대중교통'이라는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정작 시민들에게는 나아진 게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무인 카메라를 통한 단속에 의존하다 보니 카메라 사각지대 불법 주·정차문제 등 실효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1월 인천시에서 처음으로 버스전용차로제 무인단속카메라가 설치된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앞 도로를 가보니 단속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버스전용차로에는 택시와 일반차량 수 십대가 줄지어 있었고, 시내버스는 이들 차량을 피해 전용차로가 아닌 일반차로에서 운행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각지대인 단속카메라 바로 밑에는 택시들이 차를 세워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취재 도중 만난 인천시의 한 시내버스 운전원은 "전용차로가 도입돼 버스 운행이 원활해지기는 커녕 전용차로와 일반차로를 넘나들어야 하는 탓에 운행이 더 힘들어졌다"며 "특히 출·퇴근 등 교통체증이 극심한 시간대에는 단속카메라를 피하려는 차량들이 급히 차선을 바꾸는 문제 때문에 사고위험도 우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운전원은 또 "가끔 행정에서 직접 단속을 나오기도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쯤 나올까말까 하는 상황이라 효과가 없다"며 "강력한 단속을 펼치지 못할 거면 차라리 중앙차로에 전용차로를 설치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용차로 무인 단속카메라 사각지대인 카메라 바로 밑에 택시들이 차를 세워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인천시도 지난 2011년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시행하려고 했지만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인천시의회의 지적과 더불어 일반 차량의 교통여건 악화 등을 이유로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제주는 현재 무수천사거리~제주국립박물관 구간(11.8㎞)에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를 시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구간이 운전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거나 교통체증과 사고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전용차로를 해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 구간을 내년에는 중앙 버스전용차로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효성 논란에도 3년 가까이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를 강행하고 있는 인천시보다는 제주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부메랑 된 버스 준공영제=인천시는 지난 2009년 8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도입 이후 운용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재정 부담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행 첫 해인 2009년 221억원이던 버스업체 재정지원금이 2015년 570억원, 2016년 595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는 인상된 최저 시급과 임금협상 등으로 인해 재정지원금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천시는 이러한 준공영제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7월 212개 버스노선 중 존치 98개, 변경 87개, 신설 15개, 폐선 27개 등으로 조정하는 개편을 단행했다. 하지만 개편 이후 불편이 가중됐다는 민원이 빗발치면서 4차례에 걸쳐 노선을 재조정해야 했고, 내년에도 또 한번 재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아울러 인천시는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버스의 신규 증차를 불허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증차를 할 경우에는 한정면허 또는 마을버스를 투입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준공영제로 인한 버스업체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신청자료를 허위로 조작해 재정지원금을 과다 수령하거나 이를 유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인천시의 A버스업체는 차고지비 2억700여 만원을 지급 받아놓고 정작 신고한 차고지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주차해야 될 버스는 개인사유지에 주차해 적발됐으며, 또 다른 버스업체는 정비직 직원을 운전직과 겸직시켜 재정지원금을 이중으로 부당수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준공영제의 문제점은 제주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 중 하나로 꼽힌다. 인천시가 버스 약 1860대를 운영하면서 내년도 준공영제에 따른 재정 지원금을 1000억원 가량으로 책정한 반면 제주는 불과 654대를 운영하면서도 605억원 정도를 책정했기 때문에 예산 운영에 허점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대중교통=인천시의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 이용률은 나아지지 않았다. 현재(2015년 기준) 인천시의 대중교통(버스·지하철) 분담률은 39.5%로 승용차의 분담률 45.9%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교통정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나타내는 교통혼잡비용은 2015년 3조57억원으로 7대 광역시의 총 혼잡비용 21조2929억원의 14.1%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인천발전연구원은 지난 5월 '인천시 상습 지정체 구간선정 및 개선방향 연구'보고서를 통해 "교통혼잡구역에 대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이나 대규모의 상업시설 건축을 제한하고, 교통유발부담금 등과 같은 경제적 부담을 부과해야 한다"며 "특히 혼잡의 직접적인 원인인 승용차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도심지 주차료 대폭 인상을 통한 수요관리와 대중교통 분담률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취재팀=표성준·이상민·송은범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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