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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강인함·나약함 품은 위대한 땅 알래스카
호시노 미치오의 '영원의 시간을 여행하다'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입력 : 2017. 12.22. 00:00:00
20년 동안 알래스카의 자연과 더불어 살다간 세계적인 야생사진가 호시노 미치오. 대학교 1학년 때 우연히 만난 알래스카 사진 한 장에 이끌려 찾아간 알래스카는 이후 그의 숙명이 된다. 석양의 역광 속에서 어슴푸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쉬스마레프 마을. 이 세상 어디에도 있을 것 같지 않고, 생명이라고는 아무것도 살 것 같지 않은,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이 마을을 보는 순간 호시노의 운명이 바뀌었다. 대학교 1학년 때 그 마을의 촌장에게 편지를 보내고, 에스키모어로 '위대한 땅'을 의미하는 알래스카에서 원주민 일가와 함께 여름 한철을 보내게 된다. 이후, 호시노는 알래스카의 자연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기록하고 싶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치열하게 살아간다.

강인함과 나약함을 가진, 그래서 더 위대한 땅, 알래스카. 길고 어두운 겨울이면 영하 50도까지 떨어지는 강렬한 추위. 지상의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하는 이런 추위속에서도 다양한 생명은 겨울을 나며 봄을 기다린다. 겨울 밤하늘에서 춤추는 오로라 장막은 이 동토의 땅을 따뜻하고 아름다운 빛으로 지켜준다. 호시노는 혹독한 자연조건 속에서 혼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알래스카의 생명을 사랑했다. 알래스카의 생물과 더불어 살면서 호시노는 인간과 동물, 인간과 인간 사이에 어떤 경계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알래스카의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그곳의 많은 사람을 만나며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더욱 깊게 만들어간다.

이 책은 호시노 미치오가 죽을 때까지 20년 동안 알래스카를 사진과 글로 기록한 것 중 대표작을 추린 것이다. 알래스카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계기, 알래스카의 자연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등이 기록되어있어 알래스카의 자연과 생물의 생동감을 눈으로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덧 없는 인생의 짧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우리는 어디를 향해 여행을 하고 있는 걸까. 1996년 불곰의 습격으로 43세의 젊은 나이에 캄차카 반도에서 유명을 달리했지만, '카리부와 바람이 가는 곳은 아무도 모른다'는 알래스카의 속담처럼 그는 알래스카 영원의 시간을 여행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이규원 옮김. 청어람미디어.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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