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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실종된 아이를 20년째 가슴에 품은 가족
요한 테오린의 소설 '죽은 자들의 메아리'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입력 : 2018. 01.05. 00:00:00
"안녕?" 남자가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너 혼자 있니?"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길을 잃었어?" "그런 것 같아요." 아이가 대답했다. "이름이 뭐니?" "옌스요" 아이가 대답했다. "아저씨 이름은 닐스야." 남자가 한걸음 다가왔다. "이제 괜찮아." 닐스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들은 이제 아주 가까이 서 있었다. 옌스는 닐스 칸트가 지금껏 본 중에 가장 손이 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도망치기에는 늦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다섯 살배기 남자아이 옌스가 사라졌다. 할아버지는 고기 잡는 그물을 손질하러 창고로, 당뇨를 앓고 있던 할머니는 피로감에 낮잠에 빠진 시각이었다. 아이 엄마는 공부를 하러 스웨덴 본토로 갔고, 아이 아버지는 진작 아이를 떠난 지 오래였다. 아이는 엄마가 가르쳐준 대로 스스로 신발을 꿰어 신고 앞마당으로 나갔고, 곧 사라졌다. 그렇게 이십 년이 지났다. 옌스의 가족은 철저하게 망가졌다. 가족들은 서로를 원망하며 죄책감을 떠안았다. 아이 엄마 율리아는 고통 속에서 매일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옌스의 할아버지에게 옌스가 실종 당일 신었던 신발 한 짝이 배달된다. 가족들은 누가 신발을 보냈는지 탐문을 시작한다. 아이의 실종 이후 목적없는 삶을 살았던 이들은, 이 신발로 인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된다.

스웨덴의 욀란드 섬은 서울의 두 배도 넘는 면적이지만 고작 2만5000명 정도가 살고 있는 조용한 섬이다. 평화로워 보이는 이 섬에 어떤 미스터리가 숨겨져 있을까? 단순한 어린 아이의 실종 사건인 줄 알았던 일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복잡한 양상을 드러낸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섬을 둘러싼 과거와 현재의 비밀을 온전하게 밝혀야 한다.

'죽은 자들의 메아리'는 '욀란드의 사계' 시리즈의 가을 편이자 첫 작품이다. 작가 요한 테오린은 이 데뷔작으로 유수의 국제 미스터리상 신인상을 휩쓸었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겨울 편은 2008년 스웨덴 최고의 범죄소설로 선정되었고 2009년에는 유리 열쇠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에는 영국 추리작가협회 인터내셔널 대거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다. 봄 편과 여름 편 역시 전 세계에서 호평을 받으며, 요한 테오린은 스웨덴을 대표하는 또 한 명의 미스터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권도희 옮김. 엘릭시르.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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