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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41)]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1)한라산을 찾아서
식생이 잘 보전된 한라산과 같은 모양의 ‘하르히라산’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입력 : 2018. 01.07. 19:00:00
한라산의 식물들 어디서 왔나…
아열대성 종 열대지방 분화·확산 들어와
온대·한대성 종 알타이 자라는 종과 비슷


알타이시에 도착하니 뜨거운 태양이 서쪽으로 많이 기운 오후 6시 30분이었다. 도중에 차량 고장으로 시간을 지체했지만 점심도 거른 채 달려온 보람이 있어 해가 지기 전에 도착했다. 2017년 7월 24일 우리는 다시 이곳 알타이시를 찾은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본 탐사의 1부 '그 아득한 기억 알타이'라는 제목으로 탐사를 했다. 이 기간 알타이산맥 남서단에 위치한 알락 하이르한 산을 중심으로 탐사하면서 수많은 종들의 자생지를 봤지만 아직도 궁금증을 해소하기엔 너무나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다시 알타이를 탐사할 것이다. 여기에서 최북단까지 무려 1000㎞, 울란바토르에서 이곳까지 오는 거리가 약 1023㎞이니 목적지까지는 여기까지 온 거리만큼이나 더 가야하는 먼 거리다. 이곳에서 울란바토르로 복귀하는 것은 다시 몽골의 북쪽 국경을 따라 1000㎞를 가야하므로 이번 탐사는 10일간에 걸쳐 총 여정은 약 3000㎞에 달할 것이다.

이 루트를 탐사한 과학자로는 서양인의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동양인으로는 처음일 것이다. 이 길은 그 옛날 흉노와 돌궐의 주 활동무대였다. 이 지역이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 왔던 곳이므로 의외의 역사유적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라산의 식물은 어디서 왔나? 한라산에는 아열대성 식물들과 온대성 식물들, 그리고 한대성 식물들이 있다. 아열대성 식물들은 당연히 열대지방에서 분화해서 제주도로 확산해 들어온 종들이다. 그러나 온대성과 한대성의 종들은 다르다. 그들은 아마도 한반도를 통해 제주도까지 확산했거나 빙하기 이전부터 남아 있는 종들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라산에 분포하는 고산식물과 염생식물은 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알게 됐다.

지난 1부에서 봤듯이 알타이에 자라는 식물들은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들과 같은 종이거나, 같은 속 또는 같은 과에 속해 같은 조상에서 진화한 종들이 많음을 알게 됐다.

알타이시 회전교차로의 청동조각상.

그런데도 진한 아쉬움이 남는 건 한라산과 같은 모양을 한 산, 건조한 바위로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식생이 잘 보존되어 있으면서 한라산처럼 큰키나무들로 된 숲에서 만년설까지 수직분포가 잘 형성된 산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좀 더 분명하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서 선택한 목표지점이 하르히라산(Harhiraa Uul)이다. 최고봉은 해발 4040m이다.

출발점으로 잡은 알타이시는 재작년에 왔을 때와는 또 달라져 있었다. 우선 초입의 회전교차로에 서 있는 조각상이 인상적이다. 자세히 보니 이것은 이 일대에 발견되는 암각화에서 따온 말의 형상이다. 그 기간의 사면에도 많은 암각화를 재현해 놓았다. 사실 이곳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유산의 명칭은 몽골 알타이 암각화군이다.

알타이시 회전교차로의 기단의 부조의 일부.

몽골 알타이의 암각화군은 바얀울기 아이막 울란쿠스솜의 차간 살라바가 오이고르, 쳉갈솜의 차간골(시비트 하이르한산)과 아랄 톨고이 등 3곳을 합쳐서 지정했다. 이 세 곳 모두 높은 산 계곡에 있는데 플라이스토세 빙하기 때 새긴 것들이다. 이 문화유산들은 지난 1만2000년 동안의 인류문화의 발달과정을 반영하는 매장문화 및 제의문화재와 대규모의 암각화들이 집중돼 있는 곳이다.

암각화들 중 가장 이른 시기의 것들은 후기 플라이스토세에서 홀로세 초기(지금부터 1만1000~6000년 전)까지를 반영하고 있다. 이 그림들을 보면 건조기에서 숲 스텝기후까지의 변동기임을 알 수 있고, 계곡들은 집단적 사냥활동이 가능한 지형적인 환경이 갖추어 졌음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한다.

서연옥 박사가 알타이산맥 하르히라산 해발 1900m 수목한계선의 식물을 채집하고 있다. 이보다 더 높은 곳은 너무 추워서 나무가 자랄 수 없다.

후기의 암각화들은 홀로세 중기(지금부터 6000~4000년 전)를 반영하는데 이 지역 알타이의 스텝식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일대에 짐승의 떼가 출현하고 있으며 이들이 사회경제의 기반으로 떠올랐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 이후부터 홀로세 후기까지는 초기 유목 및 스키타이의 시기로서 말에 의존하는 유목기(서시전 첫 1000년간), 그 이후 돌궐(서기 7~9세기)의 초원제국시기를 나타내고 있다.

알타이사람들은 몽골 알타이 암각화군은 중앙아시아와 북아시아에 걸친 지역의 선사시대와 초기 역사시대의 기록으로서 가장 완전무결하게 보존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나름대로의 자존심을 가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알타이 탐사대원들


김진 작가는 식물의 천이에 대한 연구로 환경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전문가면서 생태사진작가다. 동아일보 주관 전국 사진전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탐사에서는 탐사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김진, 엥헤바야르, 서연옥, 김찬수, 다쉬 줌베렐마, 송관필, 테무르(사진 왼쪽부터).

엥헤바야르 사랑게렐(Enkhbayar Sarangerel)은 몽골 현지 안내자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탐사에 동행했으며, 탐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 이번 탐사에서는 물자의 조달과 탐사루트의 선정 및 통역을 담당했다.

서연옥 박사는 산림학자다. 측수학 방면의 전문가로서 몽골산림을 탐사한 경험이 있다. 본 탐사에서는 식물의 채집과 산림의 식생구조를 담당했다. 특히 산불지역의 천이를 상세히 조사했다.

김찬수 박사는 식물분류학자다. 제주도에 분포하고 있는 관속식물에 대해 주로 연구했다. 몽골식물에 대해서는 10여년의 탐사와 연구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 탐사에서는 탐사의 기획 등 업무를 총괄했다.

다쉬 줌베렐마 박사(Dr. Dash Zumberelmaa)는 식물분류학자다. 몽골식물연구 프로젝트에 여러 차례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이번 탐사에서는 탐사 지역 및 종의 선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송관필 박사는 생태학자다. 그 중에서도 곶자왈의 식물상을 깊이 연구했다. 몽골식물에 관해서는 수차례의 탐사경험을 바탕으로 식물동정에도 능하다. 이번 탐사에서는 식물표본의 확보와 GPS, 및 여행일지 작성 등을 담당했다.

테무르(Temiruu)는 운전기사다. 자동차운전 및 정비를 담당했다.

이번 탐사에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탐사비용을 충분하게 마련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감사하게도 일부 경비를 산림청이 지원해줘 많은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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