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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42)]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2)소동을 일으킨 가시뿔회전초
공사 끝난 도로·길가 등 척박한 환경서 자라는 식생들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입력 : 2018. 01.14. 19:00:00
열매는 가시 뿔 형태·공 모양 풀 채집해
드문 종이지만 공사 늘면서 개체수 증가


알타이로 오는 길은 끝없이 뻗어 있는 아스콘 포장길이다. 직선으로 건설된 도로는 마치 초등학생 시절 원근법을 배울 때 선생님이 칠판에 그려 보여주듯이 두 개의 평행선이 저 멀리서는 하나의 점으로 합쳐지는 바로 그런 길이다. 이 길도 만들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지표면이 평평한 사막이긴 하나 그래도 요철은 있게 마련이어서 군데군데 깎고 메운 흔적을 볼 수 있다.

공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길가엔 어떤 식물이 자랄까? 우리나라였다면 아마도 망초, 질경이, 민들레, 쇠무릎, 개비름 같은 종들이 흔히 보였을 것이다. 이런 궁금증이 발동해 잠시 차를 세웠다. 황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 나라에선 표토가 벗겨지고 새롭게 성토가 되었더라도 식생으로 피복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가 보다. 하기는 이 넓은 면적을 어떻게 다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도로부지를 평탄하게 고른 다음 아스콘을 포장하면 그만이다. 다만 간간이 물 흐름을 자연스럽게 하기 위한 토관을 매설하고, 비포장 지선으로 출입하는 곳에 표지판을 세우는 정도가 추가 되는 것 같았다.

알타이시 도로변에 자라는 가시뿔회전초.

공법도 그러려니와 강수량도 적어서 식생피복의 속도는 늦을 수밖에 없다. 역시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그냥 모래밭이라는 표현이 적당했다. 그래도 서너 종류의 국화과와 십자화과 등을 촬영하고 차에 올라타면서 조금 생소해 보이는 작은 풀 한 포기를 채집했다. 나는 이 순간까지도 석죽과의 한 종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보는 순간 야! 이건 내 짐작과는 완전히 다른 종이 아닌가. 뿐만 아니다. 도저히 어느 과에 속하는지 가늠하기조차 불가능이었다.

어쩔 수 없이 줌베렐마 박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그 대답이 더욱 우리를 놀라게 했다. 자신도 처음 보는 식물이라는 것이다. 순간 자동차 내는 작은 소동이 일었다.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다. 자동차는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송박사! 아무래도 다시 내려서 이 표본을 확보해야지 않겠나? 그는 다시 내린다고 그 식물을 볼 수 있을까요? 부정적이다.

알타이시 도로변에 자라는 가시뿔회전초 열매.

그래도 처음 채집한 내가 느낌이 빨랐다. 이 도로변엔 분명 있을 것이란 예감이다. 일단 내리고 보자. 모든 대원이 하차했다. 표본이란 꽃이나 열매 또는 그 둘 다를 가지고 있으면 좋다. 그러면 그 식물의 형질을 많이 볼 수 있으니까. 우리는 그런 표본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예상보다 쉽게 표본을 찾을 수 있었다.

식물체는 전체적으로 직경 10~20㎝의 공 모양이다. 가지는 밑에서부터 차상분지를 하고 있다. 줄기 끝에서 똑같은 두 개의 가지가 생기고, 이 가지 끝에서 같은 두 개의 가지가 생기는 식으로 반복해 가지치기하는 것이다. 잎은 납작한데 선형인 것과 창날모양인 것이 섞여 있다. 그 끝부분은 아주 예리한 바늘처럼 생겼다.

알타이시 도로 모습.

꽃은 아주 작아서 육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인데 잎겨드랑이에 하나씩 핀다. 열매는 거꾸로 된 쐐기 모양인데 끝부분의 양쪽 모서리에 아주 예리한 가시가 마치 뿔처럼 난다. 처음 채집한 표본에는 이 열매가 가득 달렸는데 이걸 우리는 잎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문제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여러 자료를 검토한 끝에 이 식물은 비름과의 가시뿔회전초(케라토카르푸스 아레나리우스, Ceratocarpus arenarius)임을 알게 되었다. 북아메리카의 사막에도 이와 비슷하게 생긴 종이 있는데 겨울에 밑에서 잘려 공처럼 구른다고 해서 회전초라고 하는 종이 있다. 여기에서 채집한 종은 특히 열매의 가시 뿔이 특징적이고 역시 공 모양의 풀이라는 뜻에서 이렇게 이름 붙인다.

이 종은 몽골에서는 서북에 자라는데 유목민들의 캠프주변, 움직이는 모래사막, 길가나 사용하다가 버려진 곳에서 자란다. 드문 종이지만 최근 도로공사가 활발해지면서 이 종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확대돼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러시아의 남동부 등 중앙 및 서남아시아, 중국(신장)에도 분포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몽골의 서북지방과 중앙아시아 요소로 볼 수 있다.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알타이시의 풍경과 문화


알타이시는 고비-알타이주의 주도 또는 도청소재지다. 해발 2213m에 위치한다. 알타이시라고는 하지만 이 소재지 자체의 공식명칭은 예송불락솜(Yesonbulag sum)이다. 고비-알타이주만이 아니라 몽골 서부의 최대 도시로서 이 일대의 정치, 문화, 경제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게르촌.

중앙아시아와 인접한 러시아 사람들에게까지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는 아북극의 영향을 받아 춥고 건조하며 국지적으로 영구동토가 형성돼 있다. 연평균기온 5.03℃, 연평균 최고기온 30℃, 1월평균 -12.6℃, 지금까지 기록한 최저기온은 -40.8℃이다. 강수량은 연평균 175.9㎜에 불과하다. 그나마 6~8월에 집중돼 있다. 나머지 기간에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도시의 풍경은 그야말로 시간의 혼합이다. 시청, 법원 등 각종 관공서들이 늘어선 중심은 현대식이다. 자동차가 교통의 일반적 수단이고, 주거지역엔 아파트와 현대식 단독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마트가 있어서 식료품과 여타의 생필품을 언제나 구입할 수 있다.

결혼축하연 모습.

그 인근의 전통 재래시장엔 나무나 가축의 분변으로 된 땔감을 거래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조금만 외곽으로 옮기면 전통가옥인 게르촌이 형성돼 있다. 이러한 풍경은 몽골의 도시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유목에서 정착단계로 이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주도의 경우도 이제 시골의 전통적인 가옥들이 점차 빈집으로 바뀌거나 별장으로 개축되고 아파트로 주거 형태가 바뀌고 있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주문한 호텔식당에선 마침 결혼축하연이 열리고 있었다. 신부의 드레스는 서양식에서 몽골식이 가미된 스타일이었다. 신랑은 턱시도에 나비넥타이 차림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몽골식 델 복장이었다. 이러한 풍경들 역시 우리나라에서 한복을 입는 것과 같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이들에게 부조는 어떻게 할까? 우리는 대부분 현금으로 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말, 양, 염소 등 가축을 5~10여 마리 정도 준다고 한다. 유목민다운 부조형태다. 이들은 이를 데리고 다시 초원으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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