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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의 가치 '사회적경제'] (2)왜 사회적경제에 주목하는가?
사람 중심의 공동체 활성화… 지역 살릴 대안으로 부각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18. 02.27. 20:00:00

2017년 4월 도내 사회적경제 생태계 역량강화를 위한 중간지원조직인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개소식을 갖고 문을 열었다. 사진=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시장경제와는 다른 공동체의 이익·사회적 가치 실현이 핵심
스페인 '몬드라곤'·캐나다 퀘벡 '샹티에' 등 성공사례 꼽혀
인구 증가·최고 성장률 속 양극화·저임금 봉착한 제주 주목해야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이 이 시대의 핵심 화두다. 먹고사는 문제가 그만큼 팍팍하다는 얘기다.

2017년 한 해 1만4005명의 인구가 순유입될만큼 제주살이 열기가 이어지고 2016년 경제성장률 6.9%(전국 2.8%), 2017년 고용률 70.2%(전국 60.2%)로 전국 최고수준의 양호한 지표를 내세우는 제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택비 등 주거비 폭등으로 안정적 주거가 위협받고, 도로는 교통지옥이다.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헤매지만 전국 최저 수준의 저임금에 허덕인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 4월 기준 도내 5인 이상 사업체의 상용근로자 임금은 월 264만9000원이다. 이는 전국평균(352만1000원)의 75.2% 수준으로 전국 16개 시·도 중 꼴찌다.

이처럼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와 고령화, 고용불안 등 사회통합의 장애요인을 해소하고, 공동체 문제 해결에 기여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사회적경제'다.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등 유럽 등에선 일찍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지역중심의 사회적경제에 주목해 현재까지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희망나래에서 발달장애인들에게 전문적인 직업훈련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제공

사회적경제 활성화는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와도 맥을 같이 한다.

제주 역시 사회적기업 육성 및 지원 조례(2011년),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 조례(2013년), 사회적경제 기본조례(2014년)를 제정해 사회적경제에 대한 제도적 지원근거를 마련해놓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라는 이름은 여전히 낯설고 공감대도 낮다.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의는 국내외적으로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기본 가치와 원리는 일반 시장경제와는 다른 공동체의 이익과 공익적 가치 실현을 위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목적의 경제로 모아진다.

이에 따라 사회적경제 조직의 특징은 지배구조가 1인 1표, 이윤은 균등분배·사회환원, 기업의 목표는 사회적 가치에 둔다. 주주 중심의 지배구조에, 이윤창출을 기업의 목표로 두고, 대주주가 수익의 상당부분을 가져가는 시장경제와는 다르다. 의사결정 구조에서도 사회적경제는 자율적인 경영과 민주적 과정을 거친다.

캐나다 퀘벡주는 협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NGO) 등 시민사회 중심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가 발달한 곳으로 손꼽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2014년)에 따르면 1996년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정부가 재계, 노동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퀘벡의 경제·사회미래에 대한 정상회담 개최 후 이를 상설기관화해 1999년 주정부로부터 독립된 비영리법인으로 사회적경제 대표기관인 '샹티에'를 출범시켰다.

그 후 주정부가 재경부 협동조합국을 중심으로 시민단체간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다양한 중간지원조직도 갖췄다. 또 풍부한 비영리 금융체계와 보육·노인돌봄 서비스 사업 참가조건을 협동조합과 NPO에 한해 허용했다. 그 결과 2014년 기준 사회적경제 부문에서 고용 2만5000명, 연간 매출 17조로 퀘벡주 지역내총생산(GRDP)의 약 8%를 차지했다.

스페인 '몬드라곤'은 노동자 협동조합의 발상지로, 사회적경제의 상징처럼 불린다. 스페인 바스크 지역을 기반으로 한 몬드라곤은 가전·금융·유통·건설 등 250여개 기업과 조합에서 7만4000여명의 조합원이 일하는 연 매출 21조원의 그룹으로, 매출 기준 스페인 기업순위 7위다. 1956년 석유난로 생산직원 협동조합인 '울고(ULGOR)'에서 출발, 유럽의 주기적인 불황 속에서도 연평균 순익 7.5% 증가, 일자리 창출규모도 10%씩 성장, 위기의 자본주의를 바로잡는 대안적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자금력이 부족한 직원협동조합에 자금 지원을 위해 '노동인민금고'를 운영해 조합의 중요한 버팀목이 돼 주고, 혁신과 연구개발을 위한 기술연구소·교육기관도 만들었다.

새 정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에 발맞춰 제주도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통합지원체계 마련과 판로 확대, 인력양성 체계를 통한 제주형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라는 어려운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사회적경제를 통해 ▷취약계층에 일자리 제공 ▷혁신을 통한 일자리 질의 제고 ▷돌봄·간병 등 사회서비스 제공 ▷학생과 시니어 등 다양한 세대에 경제활동과 사회혁신 참여기회를 제공해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가꿔가는 일에 민관의 협력과 역할 분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강순원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제주에서도 육아에서부터 노인 돌봄과 은퇴후의 문제 등을 사회적경제로 풀어나가는 생태계 확산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또 "특히 제주의 핵심산업인 관광과 농업·에너지 등 비중이 큰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사회적경제로의 접근방식이 필요하고, 사회적경제 시범도시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제주도정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전담부서를 '과'로 격상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미숙기자

사회적경제, 새로운 포용적 성장동력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요즘 부쩍 사회적경제가 화두다. 정부부처는 말할 것도 없고 자치단체나 공기업, 그리고 주민들로부터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관심이 쏟아진다. 지난 십 수 년 그 길을 찾아왔던 당사자로서 기껍긴 하지만 한편으론 당혹스럽다.

왜 대통령마저 팔을 걷어붙이는가? 지난해 10월 18일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을 공표하는 자리, 동시에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도 꺼내들었다.

여기에서 사회적경제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양극화를 완화하는 핵심정책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국가마다, 시대에 따라 사회적경제는 다양하게 정의돼 왔다. 하지만 '구성원간의 협력과 자조를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민간의 모든 경제활동'이라고 널리 쓰인다. 사회적 가치란 사회, 경제, 문화, 환경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 즉 양극화 해소,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제공, 지역공동체 재생, 삶의 질 개선 등을 말한다. 우리의 경우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비롯해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가 기피하는 영역에서 사회적 효과성을 발휘하고, 공공서비스 측면에서 추가비용 투입의 부담을 덜면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포용적 성장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사회적경제가 특히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필요한 일자리를 개척하여 사회정의와 사회적 포용을 추진하는 효과적인 경로'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용없는 성장, 청년실업, 저출산·고령화 문제, 지역경제의 붕괴 등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성장없는 경제, 일자리 없는 사회를 넘어서서 사람 중심의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 절대적 명제. 성장의 과실이 일자리와 소득에 직결되는 '고용을 품은 새로운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현 정부도 이러한 사회문제를 민간 주도로 풀어낼 수 있는 열쇠로 사회적경제를 주목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정부 주도하에 양적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아직까지 사회적경제가 차지하는 위상이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전체 경제활동에서 사회적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고용규모도 유럽연합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편이다. 더욱이 많은 이들에게는 사회적경제라는 용어 자체가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제주 또한 마찬가지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새 정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반영한 제주다운 정책방향과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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