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의 대정 추사유배지. '전라도 천년'은 전라도 기원부터 한때 전남 관할이었던 제주까지 1000년의 삶과 역사를 살폈다. 전라도 탄생 1000년 되는 해 전라도 기원부터 인물까지 역동적인 변방의 힘에 주목 제주와 닮은 곳이 있다. '오천 년 역사에서 늘 변두리'였다는 전라도다. 전라도는 1018년 고려 현종이 전주와 나주의 첫 글자를 따서 지었다. 올해는 꼭 전라도가 생긴지 1000년이 되는 해다. 김화성의 '전라도 천년'은 아예 '전라도는 변방'이라는 '선언'으로 시작한다. 중심은 그곳이 어디든 굳어지게 되어있지만 변방은 끊임없이 역동적이고 말랑말랑하다는 역발상이 느껴진다. 전쟁을 통해 국력을 높이고 왕권을 강화하려던 현종에게 전라도는 요충지였다. 외침이 잦았고 그에 맞서 나라를 지킨 민중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순신은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고 했다. '유배의 섬'이었던 제주처럼 전라도 역시 귀양지였다. 섬이 많은 전남 지역이 특히 그랬다. 중앙 권력에 있던 유배인들은 자신이 의식했든 안했든 척박한 땅에 인문학의 씨앗을 뿌린다. 부패한 권력층을 향해 개혁의 깃발을 들었던 인물도 전라도와 인연이 깊다. 평등한 세상을 꿈꿨던 정여립, 실학 사상가 정약전·정약용 형제, 녹두장군 전봉준, 동학접주 차치구와 그 후손들의 활약상으로 알 수 있다. 흥이 넘치는 전라도 사람들의 삶도 소개됐다. 일생을 판소리 연구에 바친 신재효도 그중 한 사람이다. 마흔을 전후해 판소리에 빠져들었고 전 재산을 쏟아부어 자질이 뛰어난 소리꾼, 무당 등을 자신의 집에서 먹이고 재웠다. 생의 마지막까지 판소리 여섯마당을 정리하는 등 열정을 불태우다 떠났다. 책 말미엔 '설문대할망의 섬' 제주도를 담았다. 제주도는 1896년부터 1945년까지 전라남도 관할이었다가 1946년 분리됐다. '전라도 천년'에 제주편을 덧붙인 이유다. 전라도의 탄생부터 제주까지 이어진 전라도 천년의 여정은 호남선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저자는 과거 1000년은 미래 1000년의 주춧돌이라며 희망의 문을 열어놓는다. "변방의 힘은 용솟음치는 역동성에 있습니다. 중심에 대해 조금치도 꿀리지 않고 맞서는 기개와 당당함이 있습니다." 사진 안봉주. 맥스미디어. 1만7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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