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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휴대폰을 만들다 눈먼 꽃다운 그 청춘들
메탄올 중독 실명 다룬 선대식의 '실명의 이유'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8. 03.02. 00:00:00
2016년 1월 16일, 토요일이던 이날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에 20대 여성이 실려온다. 여성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고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동맥혈가스 검사 결과 핏속에 산성물질이 많이 늘어나는 대사성 산증이었다. 환자는 "나, 안 보인다고!" 소리치며 의식을 잃는다.

대사성 산증과 시력 손상은 메틸알코올(메탄올) 중독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독성 물질인 메탄올은 인체의 중추신경계와 시신경을 망가뜨린다. 환자의 이름은 이현순. 그는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일하던 파견노동자였다.

선대식의 '실명의 이유'는 2015~2016년 이현순씨처럼 시력을 잃은 청년 6명의 이야기다. 20~30대 청년들에게 닥친 비극과 현재의 삶을 기록하고 누가 이들의 눈을 멀게 했는지 파헤쳤다.

김영신씨는 영문도 모른 채 시력을 잃었다. 메탄올 수증기로 꽉 찬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지내며 일어난 일이다. 1년 반 뒤에 그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5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들 누구도 자기가 사용하는 액체가 눈을 공격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 액체가 위험하다고 말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12시간 내내 환기도 되지 않는 좁은 공장에서 메탄올을 들이마셨다.

무방비 상태로 눈이 멀었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들은 없었다. 수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의 공장에 보낸 파견업체 사장들, 파견업체로부터 받은 노동자들을 싼값에 부려먹고 시력을 잃자 이들을 내쫓은 공장 사업주들 모두 불법을 저질렀지만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정부와 법원 역시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다.

"저는 여러분의 휴대폰을 만들다가 시력을 잃고 뇌 손상을 입었습니다. 대기업의 3차 하청업체에서 저는 하루 12시간 밤낮 없이, 2주 동안 하루도 못 쉬고 일했습니다. 지금 여러분 손에 있는 것에 제 삶이 담겨있습니다. 저 혼자만이 아닙니다. 저와 같은 이야기를 가진 젊은 한국 노동자들이 최소 5명은 더 있습니다. 아무런 응답도, 아무런 사죄도, 아무런 보상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일회용 종이컵처럼 사용되고 버려졌습니다."

김영신씨는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해 이런 말을 했다. 현재 청년들은 메탄올을 사용하던 업체에 들이닥치고도 발견하지 못한 근로감독관의 잘못을 두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중이다. 메탄올 중독으로 쓰러진 노동자가 응급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기업주는 그 사실을 동료 파견노동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불법 파견, 대기업 하청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들과 같은 피해자는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북콤마.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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