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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49)]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9)-예상치 못한 복병의 기습
뜨겁고 메마른 소금사막서 귀한 표본 어렵게 채취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입력 : 2018. 03.04. 20:00:00
모기떼 습격에 혼비백산
한 잔의 물에 부화한 모기

사냥감 쫓는 맹수와 같아
습격 속 탐사대 표본 채취
'소금분취''타타르고들빼기'


으아악! 하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왜? 무슨 일이야? 사방을 둘러보니 모든 대원들이 두 손을 휘저으며 전 속력으로 뛰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 내 손이며 얼굴 모든 신체 부위에 까맣게 달라붙은 것들이 보였다. 모기떼다. 수천인지 수만인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우리는 아무런 방비 없이 탐사를 하는 중 풀숲에 매복해 있던 복병의 기습을 받아 혼비백산 달아나는 꼴을 당한 것이다.

모기는 열대지방에 많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천만의 말씀이다. 열대지방에는 연중 언제나 모기를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모기는 변온동물이고 물에서 유충시기를 지나기 때문에 적정한 온도의 액체상태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체수도 많은 건 아니다. 보통 극지방으로 갈수록 모기가 극성이다.

추운 지방, 특히 고위도로 갈수록 여름은 짧다. 그러니 모기도 아주 빨리 다음 세대를 남겨야 한다. 모기들은 이 여름을 놓치면 또 내년을 기다려야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애벌레시기를 지내 다시 날개를 달아 성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플라야호수에서 모기떼를 만나 철수하는 탐사대의 모습.

한 번에 낳는 알의 수는 일정하므로 이 지역의 모기들은 세대를 단축하여 빠르게 성충이 되고 이들이 다시 알을 낳아 새로운 사이클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그러니 한 여름에 수차례의 세대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름의 툰드라는 모기천지가 된다.

순록이며 사슴 같은 온갖 야생동물이 그들의 공격대상이 된다. 그 뿐이겠는가. 양, 염소, 낙타, 말, 소 같은 가축이며 그를 돌보는 목동들도 당연히 이 모기들의 밥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뜨겁고 메마른 소금사막에 모기떼가 이렇게 극성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우리는 단지 이런 악조건인 환경에 어떤 식물들이 살고 있는지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이곳의 토양샘플도, 고농도의 염분과 높은 pH 하에서 자라는 식물들의 표본도 거의 채집하지 못한 상태에서 철수하고 말았다.

소금분취.

이곳은 멀리 정면에 보이는 붐백하이르한산(Bumbag Hayrhan Uul, 해발 3460m)과 뒤편의 바아타르 하이르한산(Baatar Hayrhan Uul, 해발 3982m)에서 흘러드는 물이 모이는 곳이다. 해발고는 1160m이다. 기온의 일교차는 30℃, 연교차는 90℃에 달하고 강수량은 대체로 100~200㎜이니 강수량이 아주 많은 해라고 해도 제주도 해안 강수량 2000㎜의 10분의 1 또는 한라산 정상 강수량 6000㎜의 30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더 악조건인 것은 증발량이다. 제주도의 연평균 증발량이 800㎜ 정도인데 비해 이 지역에서는 1000~1500㎜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들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증발량이 강수량의 10배에 달하는 곳!

타타르고들빼기.

이 플라야호는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수천만년동안 얼었다간 풀리고 풀렸다간 얼기를 반복하면서 부서진 바위조각들이 쏟아져 내리고, 빗물과 얼음이 녹은 물이 흘러들기를 반복하면서 호수가 되었나 싶다가도 그 10배 이상 증발해 버리는 곳! 그러면서 광물질이 농축될 대로 농축된 곳이다. 이제 완전히 말라버린 사막 어딘가에 숨어 있던 한 잔의 물에서 부화한 모기들이 맛있는 사냥감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모기떼의 습격을 받으면서도 몇 종의 귀한 표본을 건질 수 있었다. 마치 이번 전투에서 노획한 빈약하지만 다음 전투에 요긴하게 쓰일 전리품 같은 것들이다.

소금분취(사우수레아 살사, Saussurea salsa)가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사우수레아는 분취속이다. 살사는 '소금기가 많은 곳에 자라는'의 뜻이므로 이렇게 이름 지었다. 잎은 다육식물처럼 두껍고 어린잎엔 가시가 돋아 있다.

타타르고들빼기(Lactuca tatarica)도 역경을 이기고 앙증맞게 피었다. 락투카는 원래 상치속이라고 하고 있지만 실제 우리나라 자생식물 중 락투카속 식물은 자주방가지똥(Lactuca sibirica)이 함경남북도, 두메고들빼기(Lactuca triangulata)가 전국의 높은 산에 자라고, 왕고들빼기(Lactuca indica)와 산씀바귀(Lactuca raddenana)가 저지대 자라는 등 4종이 분포한다. 타타르고들빼기를 만나니 타타르족 주 무대의 동쪽 변경에 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타타르가 어디?


몽골인에 대한 비칭. 유럽의 중세 작품들에는 '타르타르'(Tartar) 혹은 '타타르'(Tatar)라는 이름으로 몽골 혹은 몽골인이 묘사되어 있다.

중세 영국의 유명한 연대기 작가인 매튜 패리스(Matthew Paris, 1200년경~1259)는 1240년에 쓴 『히스토리아 마조르』에서 그 해에 지옥의 악귀처럼 유럽에 내습한 무리가 바로 '타르타르인'들이라고 쓰고 있다. 그는 타르타르인들을 기독교의 공적(公敵)으로 간주하고 일치단결해 축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상은 창비간 실크로드사전의 타타르 항목의 내용이다.

이 외에도 1300년 경에 씌어 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는 타타르인들은 어린애를 잡아먹는 식인 풍속이 있는 등 야만인으로 묘사되어 있기도 하다.

6-9세기 시베리아 남쪽서 유목하던
몽골계 튀르크계 종족 사이서 등장



한국외대 제공 '민족의 모자이크 유라시아'에 따르면 타타르라는 명칭은 6-9세기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 남쪽에서 유목하던 몽골계와 튀르크계 종족 사이에서 등장하여 점차 확산됐다. 13세기 칭기즈 칸이 영토를 정복해 나가면서 여러 민족들이 킵차크 한국(금장 한국(汗國))에 복속됐고, 이들은 타타르라는 이름으로 통칭됐다.

13-14세기 종족 간 교류를 통해 킵차크 한국의 튀르크계 종족과 몽골계 종족이 통합되면서 타타르라는 명칭은 점차 확대되어 제정러시아 시기만 하더라도, 아제르바이잔인이나 하카스인 등 거의 모든 튀르크계 민족들을 뚜렷한 구분 없이 타타르라고 불렀다고 한다.

타타르족은 투르크어계 종족의 하나로 현재 우랄산맥 서쪽, 볼가강과 그 지류인 카마강 유역에 주로 살고 있다. 러시아 연방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기간주민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에 5,319,877명이 살고 있어 러시아족 다음으로 많다. 다음은 우즈베키스탄 477,875명, 우크라이나 319,377명, 카자흐스탄 240,000명, 터키 175,500, 투르크메니스탄 36,355명, 키르기스탄 28,334 등이며, 전체적으로 약 680만 여 명이 유라시아에 널리 퍼져 살고 있다.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송관필·김진·김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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