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라이프
[책세상] 문화심리학으로 희망하는 공존의 사회
한민의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8. 03.16. 00:00:00
왜 한국사회에서 갑질이 나타나는 것일까. 갑질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바탕으로 상대방에게 부당한 일을 강요하는 행위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반말 등 거만한 태도를 보이고 시도 때도 없이 업무를 요청하거나 의견 등을 묵살당하는 사례를 갑질로 꼽을 수 있다.

한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지배와 양보라는 갈등 해결 방식은 갑질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기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상대에게는 지배를, 지위가 높다고 생각하는 상대에게는 양보를 사용하는 일이 많다.

문화심리학자 한민의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는 갑질에 대한 이같은 분석처럼 문화를 통해 사회 현상을 읽고 있다. '외국인은 괴물도, 신도 아니다'에서 '강남역 살인 사건, 그 후'까지 58가지 사례를 통해 낯선 사람들과 낯선 문화, 그 너머에 숨은 마음의 문제를 들여다봤다.

어떤 시선으로 볼 것인가. 우리가 공부해온 세계의 역사가 대부분 유럽인들이 자기들 관점으로 서술해 놓은 탓에 우리 안에 내재된 서양인의 시선으로 문화를 판단하고 줄을 세워왔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저자는 우리의 눈으로 보자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우리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겁니다'를 강조하고 있다. 다문화시대에서는 '문화상대주의'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왜 이 문화의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이 던져진다면 "잘은 모르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 거야. 이제부터 그 이유를 찾아보자"며 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식이다.

문화는 사람들이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냈다. 문화는 그것이 더 이상 현실의 삶과 일치하지 않을 때 변화한다. '을들의 반란'처럼 한국인들이 더 이상 갑질을 받아들이지 않고 또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 현상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혐오의 시대를 끝내려면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나와 같은 사람으로 보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미개인이 아니고 야만인이 아니듯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적이나 벌레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무작정 선을 긋고 편을 나눈다면 그 순간 공존의 가능성은 사라진다. 부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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