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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제주4·3 70주년에 '미투(Me-Too) 운동'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입력 : 2018. 03.23. 00:00:00
'미투(Me Too) 운동'이 근래의 화두이다. '미투 운동'의 본질적 관심은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께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 증언을 한 이후부터 이 문제가 한일 양국의 문제가 아닌 전시 성폭력 문제이자 인권의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다뤄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현재 언론등에서 '미투 운동'을 다루는 시각은 선정적인 단순 성담론으로 한정시켜 독자와 시청자들의 관점을 흐리고 이 운동의 본질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성추행은 결국 위계의 차이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이다. 때문에 단순히 여성과 남성의 성담론 문제가 아니고 사회 권력구조 내의 권력과 권위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인격권 침해의 문제이다.

우리 사회내에서 위계가, 힘과 권위가, 인간의 존엄한 인격권을 얼마나 짓밟아 왔는지, '미투 운동'을 바라보면서 이렇게까지 만연해있는 폭력적인 구조 속에서 그 사실을 느끼지 못하거나, 침묵하며 살아온 현실이 참담하다. 노동현장의 노동자들, 비정규직들, 학교 교수들의 언어폭력 등의 학생 인권 침해 사례들, 시위현장에서 물대포 같은 국가 폭력들과 하물며 가정 안에서까지 우리 주변 일상 모든 곳에서 인권이 유린될 수 있는 상황에 노출돼 있다. 이번 '미투 운동'은 포기하거나 침묵했던 인격권의 침해들에 대한 모든 일상의 의식들을 개혁하고 사회 체제들을 변화시키는 거대한 변혁 운동으로 확산돼야 한다. 지배와 학대가 일상화된 문화를 극복하여 인간 존엄을 지키고 상호 존중이 우선시되는, 상하좌우를 관통하는 의식운동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올해 '제주4·3 70주년'에 터져 나온 '미투 운동'은 그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제주 4·3은 한국 현대사에서 차마 있을 수 없는 학살 현장이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민간인이 무참히 강간 학살되는 잔인무도한 폭력이 국가 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참극이었다. 4·3이 단순히 이념적 갈등과 혼란 속에서 이념과 무관한 일반 시민들이 휘말려 희생된 우연한 사건이겠는가. 아니다. 4·3은 인간의 기본적 존엄과 자유와 권리를 억압,착취하는 모든 종류의 권력과 불의로부터 인간 해방을 추구하는 저항운동이었다. 통일된 국가로서의 민족해방을 바라는 자주독립운동이었다. 이 과정에서 도민들의 생명과 인권이 송두리째 빼앗긴 처절한 '미투(Me-Too)'인 것이다. 제주 4·3은 인간의 존엄한 인격과 자유와 평등을 위해 제주도민들이 자신을 제물로 바친 희생이었다. 그 숭고한 희생이 70년 동안 어둠에 묻히고 공포속의 침묵으로 매장된 채로 있었던 것이다. '미투 운동'이 '제주4·3 70주년'을 맞이해 4·3의 기본 정신을 되살리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운동으로 연대-확장되기를 바란다.

본질은 하나다. 모든 권력과 권위에 의한 성폭력을 비롯한 모든 반인권적인 구조와 의식들을 깨는 의식개혁운동, 사회구조 개혁운동으로 연대-확장시켜 진정한 변혁운동으로의 전 국민적 확산을 기대한다. 직선으로 뽑힌 대통령이 촛불혁명(?)으로 국민들에게 쫓겨난 것은 혁명이 아니라 정상화를 이루어 낸 첫걸음이 아닐까? 이 시대가 진정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양심을, 인권을, 민주주의를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됐을 때 비로소 촛불혁명의 완성일 것이다. '미투운동"이 사회 각 진영들과 연대돼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변화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문윤택 제주국제대 교수·언론학박사>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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