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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이현숙의 백록담]'잠들지 않는 남도' 제주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입력 : 2018. 04.01. 18:00:00
"외로운 대지의 깃발/흩날리는 이녘의 땅/어둠살 뚫고 피어난/피에 젖은 유채꽃이여/검붉은 저녁 햇살에/꽃잎 시들었어도/살 흐르는 세월에/그 향기 더욱 진하리/아 반역의 세월이여/아 통곡의 세월이여/아 잠들지 않는 남도/한라산이여."

 일 년전 4월3일 어쩌다보니 백록담 칼럼 '4·3에 쓰는 세월호이야기'를 썼었다. 제주섬 사람이면 누구든 아프게 다가오는 4·3에, 세월호 4·16까지 더해져 아픈 4월을 보내는 마음을 담고 싶었던 것 같다. 이제 다시금 일년전을 되짚는 이유는 일년만에 완전히 달라진 상황에 대한 놀라움도 있지만, 바로 내일(3일) 거행되는 '감동적인 4·3 추념식'을 고대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억울한 죽음을 마주하고도 연좌제에 숨죽였던 유족들은 몇년간 추념식의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에 천불이 난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4월이면 가장 많이 불리는 4·3 노래 중 대표곡으로 꼽히는 '잠들지 않는 남도'와 4·3추모곡으로 선정된 '애기동백꽃의 노래'는 지난 2015년 추념식에서 불려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전 갑자기 제외되는 일이 벌어졌고 결국 '비목' '그리운 마음'등으로 바뀌었다. 각계에서 반발이 있었지만 그 후에도 이 노래들은 추념식에서 들을 수 없었다.

 지난해 '제주 4·3희생자 추념식'에는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참석했지만 그야말로 '형식적인 참석'이었다. 4·3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르기는 커녕, 들을 수 조차 없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추념식을 전후해 4·3을 흔들어대는 뉴스가 줄을 잇기도 했다.

 그 당시 기자도 마음아픈 추념식을 겪으면서 또 다시 생각했다. '4·3에 대한 중심을 잡는 대통령' '세월호에 대한 진상규명을 통해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는 대통령'을 기대했다. 한가지 더 바란다면 '잠들지 않는 남도'를 함께 목놓아 불러줄 수 있는 대통령을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은 5월9일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그리고 5월18일 문재인 대통령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찾았고 '잠들지 않는 남도'와 같은 처지였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9년만에 불렀다.

 올해는 공식적으로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처음으로 '잠들지 않는 남도'가 불려진다. 제주 4·3을 상징하는 동백꽃처럼, 4·3을 상징하는 노래가 처음으로 추념식에서 합창으로 불려지게 된 것이다. 이미 이 곡은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4·3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기 위한 행사'에서 연주됐다. 4·3유족회합창단 40여명이 무대에서 불렀지만 객석에 있던 유족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따라 부르기도 했다. 올해 추념식에는 1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만명이 함께 부르는 '잠들지 않는 남도'는 얼마나 감동적일까.

 올해에는 4·3 70주년을 맞아 정부·학계·문화예술계·언론계·종교계 등등 모두가 함께 4·3을 기념하고 있다. 올해만큼 전국적으로 4·3을 내세운 행사가 많았던 때는 단연코 없었다. 올해에는 처음으로 4월 3일 오전 10시부터 1분간 추모 묵념 사이렌이 울린다. 참 많이 달라졌다. 우리 모두는 불과 1년전과 지금,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눈을 크게 뜨고 보고 기억해야 한다. '기억'만큼 더 명징한 교훈은 없기 때문이다.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그대로인 것도 있다. 올해도 벚꽃이 피었고 유채꽃은 흐드러졌다. 가장 찬란한 봄꽃 풍경을 자랑하는 4월이다. 제주섬의 4월이 그렇듯, 이번에도 제주섬은 벚꽃과 유채꽃을 찬란하게 피워냈다. 끝내 동백꽃은 올해 모두의 가슴에 피었다. <행정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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