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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시(詩)앗·채송화' 동인으로 활동하는 나기철 시인은 시가 자꾸 수다스러워지는 현실 속에 짧지만 단단한 시로 시의 본령에 다가서려 한다. 10여년 '채송화' 동인 시운동 가슴 뛰는 연애 감정 품은 채 집중·함축 통해 시의 본령에 ![]() '작은시앗·채송화' 11호 발간부터 동인 회장을 맡고 있는 제주 나기철 시인 역시 다르지 않았다. 어느 시인이 '설사하듯'이라고 표현했듯 시가 길고, 어렵고, 수다스러워지는 현실에서 집중과 함축을 통해 시의 본령에 다가서려는 작업을 이어왔다. 나 시인의 '지금도 낭낭히'는 그같은 여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집이다. '창밖의 눈이 좋아/ 러시아 민요에서 이미자로/ 넘어간다/ 도리 없이 두 병으로 간다/ 쌓인다'('홍천, 밤 문자' 전문) 오랜 벗이 그에게 보내온 휴대전화 문자가 시가 되었다. 그 동네에서 눈나리는 날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중년의 한때가 러시아 민요를 타고 이미자의 노래에 녹아든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침묵 속에 그대와 나의 마음을 닮은 음악이 흐른다. '저 세상에/ 날 데려가시면/ 다시 못 올/ 이 세상'('명도암 마을')에서 짧은 생을 위로해주는 존재들이 고맙다. 그의 시는 대부분 10행을 넘지 않는다. 상상력보다는 체험에 의존하는 시들이 많다. 하귀 등대, 귀덕 바다, 서부두, 명도암 마을, 평화양로원, 오일장, 연희동, 북촌 등 시인의 눈길과 발길이 닿은 공간이 닦고 또 닦아낸, 고르고 고른 언어를 통해 저마다의 풍경을 그려낸다. 1987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30여 년간 그가 낸 시집은 이번까지 포함하면 여섯권. 과작(寡作)인 셈이다. 시단에 발디딘 지 30여년 만에 첫 시집을 묶어내 화제가 되었던 어느 시인이 그에게 '시나 한 편 꿔 줄 수 없겠나?'라고 농처럼 한마디 건네자 나 시인은 시의 곳간이 비어 꿔 드릴 시가 없다('텅')고 노래한다. 이즈음 말수를 줄이고 줄이는 시쓰기에 집중하고 있는 시인의 모습이 읽힌다. 수 백편의 시를 쏟아내더라도 단 한 편의 시가 던지는 울림을 뛰어넘지 못할 때가 있다. 무언가에 설레는 마음이 없이 독자를 움직일 시를 쓸 수 있을까. 시인은 오늘도 슬몃 가슴 뛰는 연애 감정을 품은 채 그 하나의 시를 기다린다. '눈 피해 눈이 자꾸 갔습니다/ 그 사이 달라진/ 머릿결/ 파동의 남오미자꽃/ 지금도/ 낭낭히 들리는,'('별후(別後)' 전문) . 서정시학 서정시 시리즈로 나왔다. 1만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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