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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주해녀 시조집
엉킨 미역처럼 바다 껴안은 고된 생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8. 06.28. 20:00:00

울릉도 출향 해녀들의 물질 장면. '해양문화의 꽃, 해녀'는 고된 노동을 견뎌온 해녀들의 생애를 노래한 시조집이다. 사진=한라일보 DB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엮은
130여편'해양문화의 꽃…'

85세 현역 해녀 대담 실어


해녀 기록이 등장하는 옛 자료만 따져 적어도 수 백년 이상 제주 바다를 누벼온 그들의 몸엔 오랜 역사가 새겨져있다. 제주 땅에 발디뎠던 이들 중에 해녀를 보고 노래 하나, 글 한줄, 그림 한 점 남기지 않은 이가 드물었다. 맨 몸으로 깊은 바다에 뛰어드는 해녀는 뒤늦게 '경이로운 존재'로 태어나고 있다.

그래서일까. 해녀를 그리는 노래는 불러도 불러도 끝이 없어 보인다. 여기, 못다 부른 그 노래들이 또 다시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오늘의시조시인회의가 엮은 제주해녀 시조집 '해양문화의 꽃, 해녀'다.

'바다를 건져 올려 늘어놓은 마당 가에/ 꼭 그만큼의 관광객이 등대섬을 오르내리고/ 해조물 비릿한 몸을 펴고 있는 손이 있다// 엉킨 미역처럼 바다를 껴안고 산/ 주름진 손등으로 건너오는 철든 봄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상처가 늙고 있다'(김선희의 '상처가 늙고 있다' 부분)

제주 해녀들이 물질을 자랑스레 말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해전이다. 유네스코라는 국제기구가 제주해녀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명명해놓은 게 큰 계기였다. 그 전엔 살기 위해 나서야 했던 바다를 원망했다.

"그에게 하루는 너무 짧았다. 아니 너무 길 정도로 힘들었다. 새벽잠은 허락되지 않았다. 수탉의 울음소리보다도 먼저 일어나 자녀들 도시락을 챙겨 학교에 보내고 나면 바로 밭일을 나가야 했고, 물때에 맞춰 테왁을 지고 바다로 향했던 것이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식구들 저녁 해 먹이랴, 청소하랴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시조집 말미 85세 현역 해녀와 대담을 정리해놓은 '나의 삶 나의 물질' 중 한 대목이다. 고향 바다를 떠나 구룡포, 영도, 중국 다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오사카 등지까지 퍼졌던 출가 물질은 어쩔 도리 없는 선택이었다. '강인함'이란 단어로 그들의 노동력을 '포장'하기엔 고통스런 나날이 많았다. 130여수가 실린 시조집엔 때때로 해녀의 낭만이 비쳐나지만 이 땅의 여성으로 차별과 편견을 딛고 생의 파고를 넘어야 했던 사연이 흐른다.

6월 현재 제주 바다에서 활동하는 해녀는 4000명이 조금 넘는다. 고령 해녀가 사망하면서 그 수는 날마다 줄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법환해녀학교가 생겨나며 해녀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젊은 층이 늘고 있지만 진입벽이 높다. 이때문에 김순이 시인은 발문에서 "행정당국에서 해녀 보존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기존 해녀조직이 완강하게 버티며 젊은 해녀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해녀공동체의 변화를 주문했다. 황금알. 2만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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