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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과학의 탈을 쓴 정치인들의 '헛소리'
데이브 레비턴의 '과학 같은 소리 하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8. 08.03. 00:00:00
2015년 2월, 미국 오클라호마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제임스 인호프는 회의장에 눈뭉치를 하나 들고 온다. 그리곤 말한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밖에서 가져온 눈뭉치랍니다. 지금 밖은 아주, 아주 추워요. 계절에 안 맞게 말이죠."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단 한가지였다. "날이 추우니까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말은 틀렸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국회 모임을 오랫동안 이끌어온 인호프는 기온 상승과 해수면 상승을 줄이기 위한 법안을 좌절시키는 데 '일조'해온 인물이었다. 그의 주장을 두고 터무니없는 헛소리라고 하겠지만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오류 중 하나다. 단 하나의 데이터로 일반적인 관점을 증명하려는 '체리피킹'이다.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만 골라서 취하고 더 큰 증거를 무시해버리는 방식이다.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데이브 레비턴의 '과학 같은 소리 하네'는 정치인들이 개인적 신념이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과학을 교묘하고 조심스럽게 조작해온 현실을 까발려놓는다. '체리피킹'에서 '철지난 정보 들먹이기'까지 과학이라는 탈을 쓴 12가지 유형의 거짓말과 헛소리를 정치인의 실명과 발언을 들어 소개하고 있다.

2015년초 켄터키주 상원의원 랜드 폴은 국립보건원 예산이 늘어난 점을 비판하며 초파리 연구를 들먹였다. "그들은 수컷 초파리가 자기보다 어린 암컷 초파리를 좋아하는지 알아보느라 100만 달러를 썼다. 차라리 여론조사를 해서 100만 달러를 아꼈으면 좋았을 것을!" 마치 정부가 초파리의 성적 취향 조사에 100만 달러나 쏟아부은 것처럼 들리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연구팀은 감각지각·후각·노화 과정을 연구하고 이것들이 성적·사회적 활동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조사하기 위해 초파리를 모델 생물로 사용한 거였다. 폴은 '조롱과 묵살' 전략으로 이처럼 중요한 연구를 가벼운 농담으로 다뤄버렸다.

책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례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하나다.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인 2006년 11월에 탈고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넘쳐나는 틀린 정보, 기만, 퇴행적 언행에 무릎 꿇지 않으려면 경계의 날을 세우는 수 밖에 없다"며 "인류가 꾸준히 진보하려면 다 함께 일어나 반과학적 통치에 대항해야 한다"고 했다. 이영아 옮김. 더퀘스트. 1만5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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