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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人제주] (12)피엔아이컴퍼니 신재중 대표
사원이 이끄는 VR업계 강소 기업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입력 : 2018. 08.29. 00:00:00

신재중 대표는 IT기업 창업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회사 운영 과정에서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려고 하지 마라. 좋은 동반자,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원 제안에 사업영역 확장·부서 신설
회사 근무 문화도 사원 스스로 만들어

"직원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일로 만드는 것,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일, 그것이 CEO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IT전문기업인 피엔아이컴퍼니는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로 입주한 지 3년째가 되던 지난 2013년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VR(가상현실-Virtual Reality)시장에서 공략 대상을 군사훈련 교육용 분야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확장한 것이다. VR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콘텐츠와 기기 개발은 현재 피엔아이컴퍼니의 주력 사업 분야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와 함께 국내 최초로 지역 상생 VR 콘텐츠 체험존을 구축한 데 이어 최근엔 VR 콘텐츠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멀미 현상을 억제한 워킹 어트랙션 기술의 국제·국내 특허를 받아냈다. 이런 성과를 지켜본 VR업계는 피엔아이컴퍼니를 VR 시장을 이끄는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회사의 명운을 건 VR사업 영역 확장은 직원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신재중 피엔아이컴퍼니 대표는 "우리 회사는 모든 걸 대표가 결정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회사 운영의 주체"라고 전했다. 신 대표이사의 이 같은 운영 방침은 회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피엔아이컴퍼니는 회사 근무문화와 관련한 제도 개발과 개선을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TF 구성원들이 전부 입사 3~5년차의 막내급 직원들이라는 것이다. 월요일 하루 출근 늦게하기, 일주일 중 하루 퇴근 일찍하기, 점심 시간 30분 늘리기 등이 전부 이 직원들의 머리 속에서 나왔다. 경영진은 TF가 이런 제도가 발제되고, 또 회사가 제도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피엔아이컴퍼니는 한 달에 1~2번씩 전 직원들이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는 액티브데이를 실시하고 있다. 가장 최근 진행된 액티브데이 프로그램은 회사에서 전 직원 낮술하기 였다고 한다. 신 대표는 '회식 혹은 회사 단합대회와 액티브데이가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일반 회사 단합대회는 회사가 모든 일정과 프로그램을 결정해 직원들이 따르는 구조이지만 액티브데이는 직원들이 각 부서별로 돌아가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심지어 대표인 나도 다음번 액티브데이 때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될 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신 대표는 "일반 회사 단합대회는 일을 하지 않는 주말에 이뤄지지만 액티브데이는 평일날 하루 동안 진행된다"면서 "회사 효율성과 생산성만 생각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출판팀, 공연팀 부서가 직원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일도 신 대표이사의 경영 방침이 잘 드러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이직이 심한 IT업계에서 피엔아이컴퍼니의 이직률은 한 자리대라고 한다.

기술력으로 먹고 사는 IT산업에서 그동안 불거진 잦은 이직은 수많은 기술 정보와 노하우가 외부로 빠져나가고, 기술 개발이 중단되는 일로 이어지곤 했다. 반면 2004년 설립된 피엔아이컴퍼니에는 20대 때 들어온 대다수 창립 멤버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 대표는 "직원들이 회사와 함께 나이를 먹고 있다"고 했다. 그는 "궁극적 목표는 대외적으론 고객이 만족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고, 내부적으론 직원이 만족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며 "결국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가장 먼저 신경써야 할 게 직원들이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IT기업 창업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도 그가 추구하는 가치가 잘 드러나는 조언을 남겼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템만을 갖고 회사를 설립하려거나 회사 운영 과정에서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려고 하지 마라. 좋은 동반자, 파트너를 찾아라." 한편 피엔아이컴퍼니는 지난 2016년 매출 10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2017년 매출 70억원,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66억원을 달성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도내 최초로 코넥스에 상장된 데 이어 내년에는 또 다시 도내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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