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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우의 한라칼럼] 답지 않은 것에 대한 단상
김경섭 기자 kks@ihalla.com
입력 : 2019. 03.05. 00:00:00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 미세먼지에 싸여 침침하게 지나가고 있다. 내일(6일)이 개구리가 땅속에서 튀어나온다는 경칩이니 봄이지만 이번 겨울은 봄과 같은 겨울이었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거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살아왔던 경험에 비추어보면 겨울이면 적어도 한번쯤은 도심 한복판에 싸락눈이 불빛을 보고 달려오는 불나방들처럼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다가 함박눈으로 변해 도로에도, 들판에도, 오름에도 그리고 이미 눈 덮인 한라산을 더욱 무겁게 만들어버렸다. 비행기도, 배도 다니지 못해 제주섬이 고립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곤 했었다.

먼 나라 얘기로만 듣던 뜨거워지는 지구 즉 온난화현상으로 제주 들판은 물론 도심까지 눈으로 억눌려 땅속에 있어야할 식물들이 싹을 올리고 심지어 꽃까지 피우고 있다. 식물들은 엄청난 에너지를 들여 꽃을 피워 벌과 나비와 곤충들을 유혹하고 있으나 아직도 차가운 바람 때문에 정작 수정을 도와줄 곤충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이 또한 인간 탓이 클 터이다. 지구를 뜨겁게 하고 있는 건 인간이니까.

식물 세계의 원칙은 '너는 네 멋대로 하라. 나는 내 멋대로 하겠다.'일 것이다. 다른 식물이 싹을 올리건, 꽃을 피우건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얼핏 무질서한 것 같지만 오랜 진화과정을 거치며 습득한 기억 유전자의 작동으로 들판을 풍요롭고 다양하며 숲을 울창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연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이들과 달리 진화해온 인간의 세계는 '네 멋과 내 멋대로'가 통하면 안 된다. 인권과 자유와 평화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역적인 역사와 문화·전통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겨울답지 않은 겨울인지 몰라도 보수답지 않은 보수들이 보편적 가치는 물론 자기와 다르면 색깔을 씌우면서 준동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민족주의와 외세배척, 전통존중 등을 최고의 덕목으로 진보와 함께 이 사회의 한축을 지탱하고 있는 건전한 보수와 다른 변종들의 등장인 것이다.

보수답지 않은 보수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나와 사람을 물건으로 돈으로 보지 말자는 사람들과 북한과 대화를 통해 평화를 이끌어내자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몰고 반공만을 부르짖고 있다. 탄압에 최소한의 저항으로 목숨을 잃고 이 나라의 민주화를 한 단계 올려놓았던 5·18민주화 항쟁을 욕되게 하고 그들과 함께 하지 못한 자책감을 갖는 사람들의 마음을 후비고 있다. 제주섬에서 70년 전에 일어났던 4·3을 폄훼하면서 제주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이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하노이 북·미회담의 결렬을 겉으로는 안타까워하는 채 하면서 뒤에서 웃으며 박수치고 있다. 이들의 행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분노해야 하고 눈을 부릅뜨고 당당하게 맞서야 우리의 자존과 후손의 삶을 온전하게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습기가 가득 찬 음침한 곳에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다가 우리가 뒷짐 지고 외면하면 언제나 튀어나와 이 사회를 어지럽힐 것이기에 그렇다.

<송창우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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